[신간]일의 흔적을 기록하다 '베테랑의 몸'

한겨레출판 제공

30대 여성부터 아흔의 남성까지 각기 다른 얼굴·성별·연령·분야의 베테랑 12명을 만나 인터뷰하며 몸-일-일터-사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풀어내고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입체적인 사진으로 기록한 '베테랑의 몸'이 출간된다.

책은 스스로 단련하는 시간 동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체화된 기술과 일이 빚어낸 베테랑의 '몸'들을 드러낸다. 한자리에 붙박여 같은 일을 해온 숙련자들이 베테랑이 되기까지 일을 반복하며 갈고닦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저자는 몸은 인내하며 버틴 시간과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라고 말한다.

"이른 아침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성실은 성실하게 몸에 새겨진다. (중략) 통증이 자세를 만들고, 자세는 체형을 만든다. 반복된 행동은 버릇과 습관으로 남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뱃심 든든한 몸통, 짙게 그을린 피부, 딴딴한 장딴지, 표정이 다채로운 얼굴, 짧게 다듬어진 손톱, 갈라진 발바닥, 우렁찬 목청, 청력 낮은 귀는 자신의 것이 된다. 젊은 시절, 아직 노동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몸을 안고 살아간다." -책 12~13쪽 중에서

그렇게 저마다 변화된 몸으로 살아가며, 일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일터에서 마주한 문제와 괴리까지 스스로의 언어로 해석하고 진단한다.

어부와 마필관리사의 일터에서는 비인간 동물에 대한 존중이, 조산사의 일터에서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배우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터에서는 젠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안마사와 일터에서는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몸들이 논의된다.

'베테랑의 몸'은 저자와 베테랑의 말을 빌려 노동 안팎의 시선을 고루 교차시키며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를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을 펼치면 '숙련의 시간을 거치며 빚어진 것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희정 글 ·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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