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첫 부진, 마음 아팠다" 오재일,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 오재일(오른쪽)이 26일 키움과 홈 경기에서 8회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을 터뜨린 뒤 배영섭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삼성

부진과 부상에 고개를 숙였던 사자 군단의 거포가 마침내 포효했다. 그것도 벼랑에 몰린 팀을 짜릿한 결승 만루포로 구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오재일(37)은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 경기에서 8회말 무사 만루에서 상대 필승조 이명종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2 대 5로 뒤져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단숨에 승부를 뒤집은 값진 한 방이었다.

결국 삼성은 6 대 5로 이겨 전날 4 대 7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이날 선발 백정현이 5⅔이닝 10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오재일의 역전 결승 만루포로 패전을 면했다.

사실 오재일은 최근은 물론 올 시즌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7푼2리 1홈런 3타점에 머문 오재일은 올해 전날까지 80경기 타율 1할8푼2리 8홈런 37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지난해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린 거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허벅지 부상도 겹쳤다.

하지만 오재일은 경기 후반 수비로 교체 투입돼 승부처에서 결정적 홈런을 날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일 KIA전 홈런까지 장타 본능을 끌어올렸다.

경기 후 오재일은 "지고 있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에 찬스가 와서 역전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유리한 카운트(1볼)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스윙을 돌렸는데 변화구가 실투로 오면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오재일이 26일 키움과 홈 경기에서 8회 역전 결승 만루포를 날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삼성


올 시즌 마음고생이 심했다. 오재일은 "안 맞다가다도 타격 사이클이 올라와야 하는데 길어지다 보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계속 이런 적이 처음이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오재일은 삼성 이적 첫 시즌인 2021년 25홈런 97타점으로 가을 야구를 이끌었고, 지난해도 21홈런 94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재일은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 없으니 매일 일찍 나와서 타격 코치님과 전날 게임이 어땠는지 얘기하고 집에 가서 공부도 하고 훈련도 하면서 긍정적으로 잘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거나 기술적으로 떨어졌다 생각하지 않기에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오재일은 "내일 당장 잘 친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은 타구가 나왔고 며칠 전에 홈런도 나왔고 점점 좋아지고 있구나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경기 후 "긴 말이 필요 없는 경기였다. 오재일이 팀을 구했다"고 극찬했다. 오재일이 이날 홈런을 계기로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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