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비난의 중심에 선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사퇴를 거부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AP통신은 26일(현지 시각) "월드컵에서 여성 선수에게 키스한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팀은 그가 그만둘 때까지 경기를 보이콧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협회 긴급 총회에서 '강제 키스' 논란에 대해 "가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이라며 "사회적 살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여자 대표팀 헤니페르 에르모소(33)가 당시 시상식에서 자신을 들어 올려 달라고 요청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4차례나 "사퇴하지 않겠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에르모소는 키스에 동의한 적 없고, 대화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에르모소는 "어떤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도 반박했다.
사건은 지난 20일 스페인이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1 대 0으로 꺾은 후 이어진 시상식에서 발생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갑자기 두 손으로 에르모소의 얼굴을 잡은 뒤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는 라커룸 인터뷰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스페인 여자 대표팀 23인은 성명을 내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이들 외에 66명의 여자 선수들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리를 지키면 더는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 경기에 뛰지 않겠다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스페인 정부까지 나서는 모양새다. 스페인 정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절차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루비알레스 회장의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또 법원에서 '성차별적 행위'가 인정된다면 곧장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판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