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방류 오염수 4~5년 뒤 우리 바다로?…"유입 훨씬 빨라질 수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전격 방류한 가운데 국민의 관심은 이 오염수가 언제 우리 바다에 도달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정부는 4-5년은 지나야 동해안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6~7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저장탱크에는 사고 직후부터 발생한 오염수 약 134만톤이 보관돼 있다.
 
일본은 이를 알프스라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하루 최대 500톤 씩 약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알프스로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바닷물로 희석하는 절차를 거쳐 방류하게 된다.
 
이같이 처리돼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된 오염수는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까지 흘러 미국 서부해안까지 이동한 뒤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으로 남하한다. 이후 북적도해류를 타고 순환하며 우리 해역으로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을 정부는 이르면 4~5년으로 판단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오염수는 4~5년 후부터 우리 관할 해역에 유입되어 약 10년 후 국내 해역 평균농도의 약 10만 분의 1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공동으로 밝힌 일본 오염수 방류에 의한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오염수는 방류 4~5년 뒤에 국내 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0년 뒤에 삼중수소는 ㎥ 당 약 0.001Bq 내외 평균 농도로 그 영향은 기존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일 것으로 분석됐다.
 
북태평양 환류가 한 바퀴 순환하는 데에는 4~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학계는 방류된 오염수의 80~90%가 이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점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2011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세슘이 수심에 따라 어떤 식으로 퍼졌는지 분석한 결과 수심 200~500m에 해당하는 '아표층'에서는 세슘이 금방 일본 주변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심이 깊은 곳의 경우 해류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흐르는 '모드 워터(Mode Water)'현상 때문으로 오염수가 북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돌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구체적으로 빠르면 1달, 늦어도 6~7개월 안에 우리 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강의에서 "삼중수소나 세슘의 반감기는 각각 30년, 12년 정도인데 국내외 시뮬레이션을 종합하면 세슘의 경우 제주는 1개월 이내, 동해엔 6개월 이내면 도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독일 킬대학 헬름홀츠해양연구소 역시 지난 2012년 논문을 통해 방류된 오염수가 7개월 만에 제주도 앞바다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중국 칭화대 해양공학연구소는 지난 2021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280일 이후 제주 등 한국 남해안에 오염수가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립과학리뷰'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의 서쪽에 위치한 중국과 타이완이 그들 앞바다에 오염수가 도달할 시점을 1~2년 안팎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앞서 우리 해역에 280일이면 원전 오염수가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중국 칭화대 연구소는 자국의 경우 240일이면 오염수가 중국 동부 연안에 도달하고, 1200일 만에 북태평양을 뒤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수부의 공해상 방사능 조사 실시 해역. 연합뉴스

타이완 당국은 1-2년 후면 오염수 일부가 타이완 인근 해역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타이완 교통부 중앙기상국(CWB)은 행정원 원자력위원회(ACE)와 공동으로 범정부적 차원의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 이같이 전망됐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대부분은 우리 연구진의 연구결과와 같이 북태평양을 돌게되나 오염수 일부가 해류의 양쪽에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중규모 소용돌이에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우리나라 해역 도달 시기는 연구마다 차이를 보인다. 모두가 '과학적'이지만 시료에 따라, 기준에 따라, 연구 방법에 따라 도달 시기가 다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시간의 차이일 뿐 우리 해역에 일본의 오염수가 도달한다는 결과는 같은 셈이다.
 
국민들이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 왔고 우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덕수 총리는 24일 담화문을 통해 "IAEA와 국제원자력 학계 그리고 우리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앞서 발표한 조치에 따라 방류한다면 한국은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의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끝까지 지켜질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는 지 여부를 투명한 데이터 확보와 수집을 통해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총리가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기준을 지키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거듭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독자적인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오염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해역 200곳은 물론 일본 근접 공해상 8곳과 태평양 연안 10곳으로 모니터링을 확대한다.
 
또한 일본의 오염수 방류 후 감시망을 가동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시뮬레이션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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