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5연속 동결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점차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금융 소비자들의 기대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대출 금리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결정 배경으로 불안한 경제상황을 들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 총재는 동시에 이날 동결 결정이 시장에 '인상은 끝났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향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변수 중 하나로 지난달까지는 없던 '가계부채 증가'를 들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는) 연말까지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안정될 것이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며 "제가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다시 낮은 금리로 간다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을 돈을 빌려서 샀을 경우에 생기는 금융비용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해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경고'는 금융권의 예상과도 맞물린다.
우선 이번 금리동결 이전 네 차례의 금리 동결에도 계속해서 오르던 대출금리 추이를 들 수 있다.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90~6.318%, 변동형 금리는 연 4.05~6.949%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 전 5%대에 머물던 금리 상단이 1개월 사이 6%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곧 상단이 7%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장기물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고정금리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5연속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공개된 미국 연준의 7월 회의록에는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22일 장 중 한때 4.3659%를 기록하며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비교적 안정성이 낮은 한국 채권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22일 장 중 4.013%까지 치솟았다.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 인하를 이끌어내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창용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시사한 상황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 발표 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2분기"라며 "금통위원들이 고려하고 있는 최종 기준금리가 3.75%라고 언급하는 점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당분간 투자나 대출에 관련한 계획은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