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선별입건제' 부활과 '참고인 소환 강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공수처는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형사법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와 공동으로 '고위공직자범죄 수사·공소기관으로서 공수처의 수사·조직역량 강화'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홍익대 오병두 법과대학 교수와 가천대 이근우 법과대학 교수는 공수처 초기 운영된 '선별입건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입건제는 수사기관이 접수한 고소나 고발 사건 중에서 수사할 사건을 선택해 입건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선별입건제로 운영하다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자 지난해 3월 전건입건제로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오 교수는 "인적·물적 여건이 미흡한 현실적 한계를 고려할 때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담당하는 사건의 특수성, 대상 범죄, 수사대상자 등을 고려할 때 공수처가 모든 사건을 망라해 수사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특화된 병행적 검찰기구로서 공수처는 사회적 의미가 중대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서 '미니 공수처'로서 '선별입건'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교수는 "선별입건 제도는 수사협의체와 결합돼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수사 진행 전 단계에서부터 검찰, 경찰, 공수처, 필요시 행정기관까지 참여하는 수사협의체의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선별입건은 공수처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무소불위, 전지전능의 기관이 아니라 기존 수사기구들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보충적이지만 강력한 기관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면서 공수처 수사의 특성과 한계 등을 설명하며 참고인 소환 명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해병대 사령관은 장성급 군인으로 수사대상자의 지위지만, 그의 역할이 이첩보류 지시라는 부당한 명령의 단순전달자였는지, 그 스스로 명령의 발령권자였는지에 따라 단순참고인에 불과할 수도 있고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병대 수사단장은 대령의 지위에 있어서 수사대상자도 아니고, 피해자로 법적으로는 단순 참고인에 불과하다"면서 "그런데 만약 피해자인 수사단장이나 그 부하 수사관조차 공수처의 출석 요청, 자료 제출 요청에 불응하는 경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대배심제도보다 제한된 방식이고 많은 논란이 있지만, 법원에 참고인의 공수처 출석을 청구하고 법원 명령이 있음에도 불출석 시 일정한 벌칙을 둬 출석을 간접강제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공수처 김지윤 검사는 "수사 실무상 참고인 소환 문제는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죄, 특히 '관련 범죄'의 범위와도 관련이 있다"며 "참고인 소환 요청을 받은 피의자성 참고인은 해당 범죄가 공수처 수사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반박을 통해 수사 협조에 불응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수사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수처를 둘러싼 법적 미비점, 현행 형사사법 체계에서의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걸맞은 수사·공소 기관으로 뿌리내리도록 공수처를 둘러싼 상황과 법적, 제도적 문제를 냉정히 점검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