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자녀 연이어 성폭행하고도…"친딸 결혼식 있어 선고 늦춰 달라"

수년간 연인 딸들에 수면제 먹여 성폭행…검찰 '징역 30년' 구형


"지옥에 가서 우리 아이들 처참하게 짓밟았던 것 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아동 강간치상 사건'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 어머니 A씨가 한 말이다. A씨는 피고인 김모(61)씨와 연인 관계로 김씨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딸들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행한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흐느끼며 말했다.
 
앞서 지난달 재판이 마무리돼 선고를 앞둔 상태였으나 A씨가 법정에서 진술하고 싶다고 요청해 이날 재판이 열렸다. A씨는 "법정에 서기까지 수십 차례 고민했다"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A씨는 "피고인과 집에서 10년간 동고동락하면서 둘도 없는 은인으로 챙겼다.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가족이 아니었다. 언제나 저만 보던 사람이 제 딸을 노리개로 생각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생각만 하면 수도 없이 죽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제가 너무 싫다"고 토로했다.
 
"사건 이후 딸에게 '왜 진작 얘기하지 못했느냐'고 했더니 딸이 '우리 엄마 충격 받을까봐서'라고 하더라. 너무나도 착한 딸이 이 사건으로 일찍 철들어버렸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검찰과 경찰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일을 할 수도 설 수도 없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힘이 들고 지친다. 피고인은 저를 이용했고 반성문에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피고인에게 엄벌을 선고해 달라. 딸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우리가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피해 아동 어머니의 처절한 절규에도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딸이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피고인 가족까지 이 사건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선고 기일을 좀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

수면제 먹여 성폭행…'징역 30년' 구형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21년 1월 중순 제주시에 있는 A씨 집에서 음란물을 시청한 뒤 당시 13세에 불과한 A씨의 딸을 추행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다. 김씨는 또 올해 4월 7일과 29일 A씨 집에서 A씨의 또 다른 딸을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모두 A씨가 집에 없을 때 이뤄졌다. 특히 김씨는 일련의 성범죄 과정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민정과 트리아졸람을 갈아서 음료수나 가루 유산균에 넣고는 피해자들에게 먹였다. 피해자들이 저항할 수 없도록 한 뒤 범행했다. 범행 은폐를 위해 피해자 오빠에게도 수면제를 먹여 잠재웠다.
 
이번 사건은 한 아동이 "성범죄를 당한 것 같다"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며 드러났다. 피해아동 어머니가 집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고, CCTV영상에 범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검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해 징역 30년의 중형 선고와 함께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제한, 신상 공개를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19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