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후 '지켜보겠다'는 한은…하반기 금리 인하는?

한은, 24일 기준금리 3.5%로 5연속 동결 결정
하반기에도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은 복잡…복합위기 극복 어떻게?
가계부채 증가세 계속되는데 환율 변동성도 커져 인상요인 여전하지만…
내수 부진과 중국발 리스크 여전…인상도 인하도 쉽지 않아
우선 잭슨홀 미팅 발언과 9월 FOMC에서 미국 금리 향방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오전 기존 3.50%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하반기에도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복합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금리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점, 중국발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진퇴양난'의 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는 24일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앞서 한미 간 금리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진 점, 원·달러 환율 상승세, 최근 두 달새 급증하기 시작한 가계대출 등을 고려하면 이날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의 요인은 충분했던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양국 금리차는 2.2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외환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면밀히 점검해야 할 변수로 지난달까지는 없던 "가계부채의 증가"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날 이 총재는 "(금통위는) 연말까지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금리 인상 종료'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인상 요인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당장 중국 부동산 위기가 현실화 하면서, 정부가 공언했던 우리나라 하반기 경기회복이 불확실해진 점을 묵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의 위기를 감수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장이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상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실물 경제 상황이 나쁘고 중국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나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효과는 단기에 그쳐 실익이 없는 반면 부작용은 더 클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PF에서 문제가 터지거나 내수와 수출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한은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기준금리가 상당기간 더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3.75%까지 열어놨다"지만…연내 '동결 지속' 가능성 커

스마트이미지 제공

시장에서는 한은의 '딜레마'가 당분간 지속되며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상방, 하방 요인이 굉장히 뚜렷해서 결과적으로는 (연내) 금리가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미 연준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아직 모호하고 상방 요인이 열려 있고, 경기 상황이나 가계부채 이슈도 고려해야 하는만큼 결국 동결하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견고한 편이고 내년 상반기에 가서야 미국 경기 둔화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내년 2분기는 돼야 너무 높은 기준금리를 정상화시킨다는 관점에서 금리를 서서히 인하하는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여 한은도 금리를 동결하다 내년 2분기쯤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2분기"라며 "금통위원들이 고려하고 있는 최종 기준금리가 3.75%라고 언급하는 점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단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경기 둔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고금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어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한은의 시선은 오는 2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점도표를 향하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금통위보다는 잭슨홀이 더 뉴스가 될 것 같다"고 말하더니 금리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도 "잭슨홀 미팅에서 훨씬 더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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