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초의회가 줄줄이 해외 연수를 계획해 시민단체가 '외유성 출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 구청장은 태풍 상륙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강행해 빈축을 사는 등 지자체와 의회의 잦은 해외 출장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부산참여연대는 24일 오전 부산 중구의회와 영도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의회가 외유성 출장을 반복한다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중구의회는 다음 달 4일부터 9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덴마크와 노르웨이로 공무 국외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출장은 구의원 7명 전원이 참석하고, 중구청 공무원 4명도 동행한다.
의회는 이번 출장에서 광복로 분수 광장 조성 사업에 해외 우수 사례를 적용하겠다며 인어공주상과 게피온 분수, 니하운 항구와 앙립 오페라하우스 등을 둘러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접한 영도구의회도 다음 달 3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대만으로 공무 국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의원 7명이 모두 출장을 떠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이들 의회가 이미 해외 출장 전후 보고서를 허술하게 작성하거나 같은 목적으로 반복적인 출장을 계획했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외유성 해외 출장'이 도를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중구의회 국외연수 일정 대부분이 인어공주상,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방문 등 전형적인 관광 일정으로 짜여 있다"며 "미리 짠 일정에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목적을 끼워 맞춘 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도구의회 역시 지난해 국외 연수 이후 발표한 보고서는 허술하다 못해 다른 보고서를 표절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고, 중구의회는 지난 2019년에도 우수 사례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유럽 견할을 다녀왔는데, 또 다시 같은 목적으로 국외 연수를 떠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공무가 아닌 관광성 출장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국외 연수 이후 주민이 아무런 성과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게 바로 외유성 출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매년 기초의회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한 구청장도 태풍 상륙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강행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태풍 '카눈'이 경남에 상륙하기 직전인 지난 9일 '광복로 빛축제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3박 5일 일정의 싱가폴 해외 출장을 떠났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구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구청장이 태풍 상륙 직전에 자리를 비운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지역에서 이어졌다.
센토사섬, 국립식물원, 싱가폴 테마공원 등 대부분 출장 일정이 관광지 견학으로 짜여져 내용 면에서도 외유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빛축제 벤치마킹을 이유로 출장을 떠났지만, 정작 현지 축제 관계자와는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축제 벤치마킹을 위해 꼭 필요한 출장이었고, 태풍에 대한 사전 대비도 마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트리축제를 부산 대표 겨울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빛 연출로 유명한 싱가폴을 방문해 모두 4번의 빛 야경 연출을 보고 왔다. 관광지를 방문한 게 아니다"면서 "태풍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비를 충분히 했고 현지에서도 피해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