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간다는 李, 일주일 후 오라는 檢… 양쪽 노림수는

이재명·검찰 '대북송금' 조사 전부터 기싸움
8월 비회기 중 영장 청구 요구 노림수
체포동의안 가결도 부결도 정치적 부담
'제3자뇌물' 수사 전 진술 증거 필요한 檢
29일 재판 때 피신조서 증거인부 전망
"유래 없는 재판 공전…경위 밝혀 책임 물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의 다섯 번째 소환 통보다.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는 조사 시작 전부터 출석 일정을 두고 검찰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23일 이 대표 측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오는 30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전달했다.

양측 신경전은 출석 일정을 조율하면서 불거졌다. 이 대표 측이 반나절 만에 검찰에 "당장 내일(24일)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은 다음 주 조사를 희망하지만 당무 등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출석을 통보했으니 내일 오전 바로 조사받겠다"고 했다.

허를 찔린 검찰도 지지 않고 곧바로 응수했다. 수원지검은 "대북송금 뇌물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예정된 일정을 고려해 이 대표 측에 유선·서면으로 30일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조사 받겠다는 이 대표를 검찰이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인 민주당 용인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이모씨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오는 29일에는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이 예정돼 있다.

결국 이 대표와 검찰은 원점에서 소환 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9월 정기국회 개회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체포동의안 딜레마…표결 피하고 싶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부담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용 500만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최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로 입건하고 수사를 벌여온 검찰로서는 당시 경기지사이자 핵심 관련자인 이 대표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 소환은 시기의 문제였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24일, 검찰은 30일을 고집하는 배경에 주목한다. 민주당은 줄곧 검찰에 비회기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했었다. 이 대표 자신도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를 포기하고 당당히 비회기에 청구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수원지검에 소환 통보 다음날 출석하겠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때 검찰은 이 대표를 소환하고 6일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4일 소환 조사는 전례를 보더라도 이달 내 비회기 중 영장 청구가 가능한 일정이다.

이화영 진술 증거 채택이 핵심…정기국회 청구땐 野 내홍 가능성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검찰의 노림수는 이보다 더 복잡한 셈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로서는 야당 요구대로 비회기 중 이 대표 영장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

검찰이 9월 중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는 반드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 대표 스스로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야당은 당론 가결 여부와 이 대표 거취 문제 등으로 내홍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직접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하거나 당론으로 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개별 의원이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든 가결되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가결되면 구속 위기에 놓이고 부결되면 '방탄' 이미지가 짙어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달 29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일정이 더 본질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은 최근 재판부에 이 전 부지사의 검찰 피의자신문(피신)조서를 증거로 신청했다. 재판이 한 달 넘게 변호인 해임 문제로 공전하면서 아직 증거인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해당 조서에는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에 요청했고, 이 지사에게도 이를 보고 혹은 공유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할 주요 정황 진술인 셈이다.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은 향후 공소유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피신조서 만으로는 증거능력이 약하다. 만에 하나라도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서 자신의 진술을 뒤엎을 경우 증거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진술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고 이 전 부지사를 재판에 증인(혹은 피고인)으로 세워 직접 신문하려고 하는 것도 전부 피신조서 속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화(化)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화영 재판을 애초 일정대로 진행했으면 이 대표 소환이나 차후 절차도 이렇게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갑자기 야당 의원이 이 전 부지사 측근을 만나고 부인과 통화한 뒤 변호인 해임 등으로 유래 없이 재판이 공전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경위를 조사해 책임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