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 대납 의혹 2년 만에…김성태 "李 지원 위해" 작심 폭로

이 대표 선거법 재판 변호인들 쌍방울行
대선 경선 과정서 '대납 의혹' 불거졌지만
檢 수사 차질에 수면 아래로
김성태 작심발언에 2년 만에 새 국면
검찰, 이재명 '제3자 뇌물죄' 소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연합뉴스

속옷 기업 쌍방울이 돌연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때문이었다.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때 선임한 변호사 수임료 상당액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의혹 제기 2년 만에 핵심 당사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재명 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변호인과 측근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고 작심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 대표가 쌍방울과의 관계를 두고 '내의 사입은 것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정치인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적으로 실망했다"고 했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2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사를 연달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 "이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2019년 12월 남영비비안 인수 축하연에서 이태형 변호사를 만났고 이후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이 변호사를 비비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변호사가 이 대표의 선거법 상고심 변호인을 사임한 사실을 몰랐고 "계속 사건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 변호인단이자 경기도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나승철 변호사를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나노스 사외이사로 선임한 배경도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이태형 변호사에게 부탁해 소개를 받았다"며 '마찬가지로 이재명 지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변호인뿐 아니라 이 대표의 주변 인물을 계열사 임원으로 채용한 점도 언급했다.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은 나노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한 달여 만에 사임했다. 조 전 정책수석은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 모델을 설계하는 등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다. 이 대표 본인도 조 전 정책수석의 출판기념회에서 "조계원을 한마디로 하면 이재명의 머리"라고 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조 전 정책수석의 영입 배경을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부탁해서"라고 회상했다. 한 달 만에 사임한 이유는 "경기도 관련 자회사 대표로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곽윤석 전 경기도 홍보기획관을 광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가 취소된 것을 두고서는 "(역시) 이화영 소개로 선임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안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재명 지사의 측근을 선임해서 소위 챙겨주려고 한 것인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맞는다고 답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수면 아래에 있던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다시 불을 댕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대표 변호인 여럿을 계열사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20억원어치 전환사채(CB)까지 지급하며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다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부인한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핵심 당사자인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합뉴스

검찰은 당시 불기소 결정서에서 "이태형, 나승철 등 변호인들이 받은 사외이사 자문료와 쌍방울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등이 형사사건의 변호사비 명목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사외이사 선임 등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는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인 상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 내용을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에 따르면 검찰은 불기소 처분된 사건도 당사자의 항고 등으로 재기수사에 나설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뇌물 혐의 수사는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재판에서 2021년 7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쌍방울과 KH그룹 직원을 동원해 최소 1억5천여만원을 쪼개기로 후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전날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섯번째 검찰 소환이다.

이 대표와 검찰은 출석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오는 30일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은 "당당히 조사에 응하겠다"며 소환 통보 다음날(24일) 곧바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검찰은 "유선과 서면으로 이 대표 측에 요구한 일정(30일)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응수했다. 만일 이 대표가 이날 검찰청에 오더라도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부담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용 500만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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