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인 고종희 한양여대 명예교수는 1983년 이탈리아 국립 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매료된 카바라조 관련 책과 사료를 수집했다. 출생지인 밀라노부터 유년시절을 보낸 이탈리아 북부,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로마, 살인을 저지른 후 이어진 나폴리 등 이탈리아 남부에서의 도피생활, 교황의 사면 소식을 듣지만 39세 나이로 생을 마감한 에르콜레 해변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찾아다녔다.
이 책은 이탈리아 곳곳에 전시된 카라바조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쓴 책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이용하는 기법으로 그렸다. 자연주의라 불린 사실주의적 묘사로 그의 강렬한 작풍은 바로크 양식과 정물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로 성경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종교화를 그렸다. '참수 당하는 세례자 요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카라바조의 적나라한 사실주의적 그림은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 불었던 가톨릭교회의 쇄신 운동인 종교개혁과 맞물려 크게 각광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오래가지 못한 채 교회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카라바조의 황금기도 막을 내렸다.
책에는 카라바조의 작품 73점을 포함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 이탈리아 거장 작품 129점이 실렸다.
고종희 지음ㅣ한길사ㅣ4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