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손님이 없는데,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죽지."
23일 오전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 동문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갈치와 옥돔, 고등어를 팔았다는 이 모(75)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할머니는 "아침 7시부터 가게 문을 열었는데, 생선 한 마리 팔지 못했어. 앞으로가 문제야. 고민한다고 별 수 있나"라며 체념했다.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사람들로 가장 붐벼야 할 수산물시장은 한적했다. 상인들은 수산물 좌판에 날아든 파리만 쫓을 뿐이다.
갈치 좌판 위로 파리채를 좌우로 내젓던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 만약에 우리나라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고 하면 허락 안 하잖아. 당연히 반대하지. 우리나라 정부가 약해서 그렇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지"라고 토로했다.
동문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마영근(57)씨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씨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 업종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벌써부터 우리뿐만 아니라 중간 도매상들도 물량을 축소하거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안전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씨는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마씨는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다. 막을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냥 지나치는 손님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미역 등 해조류를 파는 이 모(78) 할머니도 "왜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도록 허락했는지 모르겠어. 안 해야지. 잘못된 거 아니야. 우리는 이제 큰 일 났어. 앞으로 장사를 못하지. 피해만 없으면 좋겠는데…"라며 한탄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순(65·여)씨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정부 발표대로 안전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안전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전문가들이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안전하다고 하니 걱정은 안 한다. 방류하면 우리나라까지 오는 게 4~5년 걸린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넓은 바다에 희석될 게 아닌가. 이 말을 못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생길까 봐서 걱정된다. 지금도 미리 주문해야 하냐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이날 동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안전성 문제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제주 여행을 오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찝찝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친구와 함께 제주로 여행 왔다는 이원희(21)씨는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딱히 신경 안 쓸 거 같다. 그 하나로 여행을 안 올 거 같진 않다"고 했다.
최영진(38·서울)씨는 "예전처럼 홀가분한 마음은 아닐 거다. 해양스포츠 할 때나 수산물 먹을 때 찝찝할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