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는 법원 내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으로 보수 성향 법관으로 평가된다. 지난 '김명수 코트'가 추진한 사법부 개혁에 대한 반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해온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있어 현 정부와도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평가다.
윤 대통령은 22일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등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부산중앙고,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 후보자는 1987년 연수원 수료 후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90년 서울민사지원(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2009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을 지내 재판 업무와 사법 행정에 두루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를 한 뒤 지속적으로 일본 법관들과 교류를 이어와 법원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2013년 배우 신은경씨와 병원의 민사 분쟁에서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을 인정하는 실무상 기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2016년 8월에는 투레트증후군(틱장애)을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한 행정처분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취소하면서 이듬해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전임자인 '김명수 코트'의 색채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사법부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21년 2월 대전고등법원장에 취임하면서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며 재판 권위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 정서나 국민 의사를 내세워 편향된 주장을 실정법에 우선시하려는 위험한 여론몰이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법원을 위협한다"며 "정치 권력이든 내부 간섭이든 부당한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 대법원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이 거짓말 논란에 대해 "사법부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자신의 취임사 내용에 대한 질문에 "법원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더 나은 법원이 되리라 기대하면서 살았다"며 "법원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외려 후세에 더 나빠진 법원을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윤 대통령의 절친으로 꼽히는 문강배 변호사와는 서울대 79학번·연수원 동기로 문 변호사를 매개로 윤 대통령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이 후보자 본인도 지난해 국정감사 때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 "제 친한 친구와 (윤 대통령이) 친한 친구"라며 "(나도) 친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범죄정보기획관)에 주요 사건의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찰 논란'에 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법률가로서 자신이 가진 소신 앞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는 평소 이 후보자의 심성이 드러난 장면이라고 법조계 인사는 평가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을 두고서는 "당혹스럽다"며 "법관은 실제로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일반 국민 눈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 임명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동의 절차 등 본회의 문턱을 넘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