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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LH 부실시공 전관 해결이 만능 키?…악순환 끊을 수 있나 ②'조직 비대화'에 되풀이된 악순환…'해체수준' 쇄신 가능할까 (계속) |
이른바 '순살 아파트'로 불리는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시공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불과 2년 전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었음에도 또 다시 논란의 사건을 야기해 '부실 운영'이라는 비난을 받는 데는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방만 경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고질병적인 '비대화'…2021년 '땅투기' 때 "20% 감축" 약속했지만 2년간 절반만 줄여
전·현직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LH의 사업이 계획된 지역에 대규모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21년 3월이다.
LH와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국가수사본부 수사에 이어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면서 20여명의 직원에 대해 해임과 파면이 요구됐다.
LH는 이 과정에서 '개혁'에 나서겠다며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다.
LH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2009년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공기관인데,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1980~90년대를 지나면서 신도시 설립 등으로 대규모 택지개발과 아파트 건설이 이뤄지면서 전신이던 두 기관이 모두 규모가 빠르게 커졌는데, 이를 고려해 업무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었음에도 이런 과정 없이 통합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건설 공사와 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있는데 공공택지 조성과 주택의 건설부터 분양·임대·관리의 모든 과정을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감원과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지만, LH는 임직원 수를 2016년 6637명에서 2021년에는 9907명까지 늘려 5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시키는 등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땅투기 사태 후 국민적 질타가 쏟아지자 임직원을 2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2분기 기준 임직원은 8885명으로 목표치의 절반 정도만 감원했다.
주거복지와 토지, 주택 부분을 분리해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혁신안은 결론조차 내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력은 통합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음에도 관리 감독은 부실하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넘쳐나는 전관들…구멍 '숭숭' 관련 규정에 '사퇴 쇼'까지 더해지며 부실한 개혁의지만 드러낸 LH
대한주택공사가 1962년, 토지공사의 전신인 토지금고가 1975년부터 운영돼온 탓에 말 그대로 관련 업계에 넘쳐나는 전관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LH 이한준 사장은 "LH라는 조직이 대한주택공사에서부터 60년 된 조직이다. 매년 몇 백 명씩 은퇴를 하고 나간다"며 "이 사람들이 전부 집에 있지 않는 한 어느 곳에 있는데 이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사, 설계사, 감리 이런 곳으로 다 빠져나가게 돼 있다"고 토로했다.
땅투기 사태로 취업제한 대상인 임원을 2021년에 이사 등 기존 7명에서 2급 이상(2분기 기준 426명)으로 확대했지만, 2급 이상 고위직 인사들이 시행령 시행에 앞서 줄퇴사에 나섰다.
3급 이상 퇴직자의 절반 이상이 LH 공사 수주 실적이 있는 업체에 재취업했는데, 입사 기수를 크게 따지는 LH의 문화 특성상 임원급이 아니어도 전관들이 현직 LH 직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LH가 퇴직한 지 5년 이내의 전관이 있는 기업과 수의계약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어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을 용인하고 있다.
정부의 '이권 카르텔 타파' 외침이 있었음에도 이후 발표된 LH의 전국 사업지 입찰 결과 모두 LH 전관이 고위직으로 있는 다수의 업체들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언론이 지적에 나서자 LH는 20일 전관 업체와의 계약을 모두 해지하는 한편 입찰과 심사가 진행 중인 용역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사안 자체의 심각성에 기존 쇄신안의 허점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더해지자, LH는 전 임원 사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비웃음과 불신만 샀다.
전체 임원 중 4명에 대해서만 사표를 수리했는데 그 4명 중 2명은 이미 임기가 끝났고, 나머지 2명은 임기 만료가 다음 달이기 때문이다.
쇄신의 일환으로 4명을 경질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중 2명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물로 채워 넣었던 2021년의 대응과 판박이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올바른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지, 또 원칙 준수를 유도하는 적합한 페널티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재직자와 퇴직자의 일대일 만남을 제한하는 등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커지고 있는 '조직 해체' 수준 쇄신 목소리…조직원 의지가 중요
이토록 잡음이 지속되다보니 정부와 LH는 20일 전관 업체와의 계약 취소와 진행 중인 공모절차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관 업체가 LH 공모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할 수준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LH 안팎에서는 쇄신안의 수위가 조직 해체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뤄왔던 직능별 조직 분리를 비롯해 인력 재분배, 대규모 인사이동 등이 시행돼야만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직 분리와 같은 높은 수위의 쇄신에 나설 경우 LH가 이미 진행 중인 다수의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건은 구성원의 개혁 의지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만큼 2년 전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조직 내부에 정착시키려면 내부 구성원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타에 가까운 국민 여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상당수 내부 직원의 경우 '나는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는데 왜 이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가'하는 억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의 처우가 기업에 비해 좋지 못하다는 의식이 LH 직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보니 쇄신에 대해서도, 전관예우 근절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강한 의지를 가지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조직 혁신이 단순히 처벌이 아니라 LH와 조직원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데 공감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