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주도권은 이찬혁→이수현에게…밝아진 악뮤의 '러브 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악뮤의 네 번째 싱글 '러브 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수현이가)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느꼈어요. 오랫동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구나. 그게 아마 '다이노소어'(2017)부터였던 것 같아요. 수현이가 부르기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던 게…" (이찬혁)


악뮤에서 곡을 만들고 앨범의 방향성을 잡는 역할을 해 온 이찬혁은 문득 이수현이 이전보다 '음악 하는 것'을 덜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수현 역시 이찬혁이 원하는 방향에 자신을 맞추는 것을 버거워하게 되었다. '200%'나 '기브 러브'(Give Love) 같은 밝고 기분 좋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년 만에 나온 이번 악뮤 앨범에서 주도권은 이수현이 쥐었다. 초기 곡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회귀'였고, 악뮤 초창기와는 많이 달라진 이찬혁 입장에서는 '도전'이자 '새 출발'이었다. 네 번째 싱글 '러브 리'(Love Lee)는 타이틀곡도 수록곡 '후라이의 꿈'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꾸려졌다.

악뮤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콘셉트로 '러브 리 에프엠'(Love Lee FM)을 진행했다. 별도의 MC 없이 이찬혁과 이수현이 DJ를 맡아 앨범과 신곡, 뮤직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악뮤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찬혁은 "지난 악뮤 행보가 제가 하고 싶은 것에 포커싱이 돼서 되게 다양한 시도, 좀 실험적인 것들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그렇게 다하고 나니까 이제 하고 싶은 거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싶더라. 악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좀 더 상큼한 것도 많이 해 보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노래들을 들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앨범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수현은 "악뮤를 하면 할수록 오빠의 색깔을 맞추기가 조금씩 버거워짐에 따라서, '낙하' 앨범('넥스트 에피소드', 2021)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도전은 나는 싫다' '200% 같이 좀 가볍고 기분 좋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겠다' 하고 기필코 약속을 받아냈다. 그렇게 만든 노래가 '러브 리'"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분들, 그리고 팬분들도 저희 초기 음악 스타일을 많이 기다리셨을 거라고 저희끼리도 생각한다.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가 어우러진 댄스곡 '러브 리'를 두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사랑에 빠진 감정을 악뮤 특유의 재치 있는 어법으로 풀어냈다"라고 소개했다.

악뮤 이수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찬혁과 이수현은 악뮤의 대표곡 '200%'를 언급했다. 이찬혁은 "딱 한 단어로 추리면 그냥 '200% 2탄'"이라고, 이수현은 "'200%'가 약간 청포도맛 아이스크림이었다면 이번 '러브 리'는 딸기맛 아이스크림? 맛만 좀 다른 상큼한 아이스크림 느낌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러브 리'라는 제목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영국 여행을 갔을 때 이찬혁은 뭐만 하면 '댓 사운즈 러블리'(That sounds lovely)라고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사랑스러우면서 고급지면서 되게 제 머릿속에 남더라"라며 "리를 'ly'가 아니라 'lee'로 바꾸면서 두 가지 의미를 더 추가했다.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며,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두 번째 의미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씨들을 사랑하라'는 거다. 은연중에 쟤네들 되게 사랑스럽네 하고 어떤 세뇌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밝고 즐거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던 이수현은 "'러브 리'를 내면서 다시 새로운 출발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오빠가 저의 전적으로 제게 맞춰준 앨범이자 곡이다. 오빠는 큰 확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의견 되게 많이 물어보면서 했다"라고 말했다.

"저에게는 도전"이었다는 이찬혁은 "수현이가 음악에 관해 즐거워하는 게 덜하다고 느껴지면서 악뮤는 같이 재미있는 걸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 팀이구나 하고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러브 리'는 21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악동뮤지션 시절의 사랑 노래와 곧 데뷔 10년을 앞둔 악뮤의 사랑 노래가 어떻게 다른지 묻자, 이수현은 "저는 사실 굉장히 한결같은 사람이라서 십 년 전 '200%' 부를 때와 지금의 '러브 리' 부르는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때의 감정, 기분, 목소리, 창법 모든 것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정말 많이 변한 건 오빠기 때문에 오빠의 답변이 궁금하다"라고 답했다.

이찬혁은 "그때(악동뮤지션)는 저희가 뭘 잘하는지, 뭐로 사랑받는지 잘 모르면서 되게 자신 있게 노래했던 것 같다. 되게 날것 그대로가 나갔다. 여러 장르와 활동을 해 보니까 어떤 부분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알 것 같아서 선물처럼 주고 싶은 마음에 쓴 노래('러브 리')다. 아무래도 이전보다도 탄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마음가짐은 훨씬 더 프로페셔널하고 성숙하다"라고 말했다.

'후라이의 꿈'도 이수현의 의사가 적극 반영돼 앨범에 실렸다. 이수현은 "2~3년 전부터 제가 굉장한 외향인에서 내향인으로 바뀌게 되면서 '후라이의 꿈'이 이수현의 주제가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거 너무 발매하고 싶다, 내가 발매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아이유 언니한테 선물한 노래라서 (그동안) '후라이의 꿈'이 못 나오게 됐는데 이번에 오해가 잘 풀려서 나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찬혁은 "9년 전에 콘서트로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고 동영상으로 많이 떠돌면서 팬분들과 대중분들도 나오길 기대하고 바라는 노래였다"라며 "지금 수현이가 이 노래 가사와 착 붙는 삶을 살고 있더라.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퍼져있고 싶어' '침대에서 안 나오고 싶어' 이런 가사가 있는데 수현이가 지금 그런 삶을 추구하면서 지내고 있다 보니까 지금 '후라이의 꿈'을 불러도 되겠다 했다"라고 말했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마련된 네 번째 싱글 '러브 리'는 오늘(21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악뮤는 3년 만에 콘서트 개최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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