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투수에게 파워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 차례 증명했다. 부상자들의 복귀로 더 강해 토론토 타선은 홈런 5개를 몰아치며 '코리안 몬스터'를 도왔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4피안타 2볼넷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부상 복귀 후 처음이자 444일 만에 선발승을 따냈던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로 더 낮아졌다.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속도가 시속 158km를 넘었고 최고 속도가 161.4km로 측정된 신시내티의 파이어볼러 헌터 그린에 판정승을 거뒀다.
그린이 던지는 공의 파워는 압도적이었다. 최고 시속 161.4km를 기록했다. 반면, 류현진의 포심 평균 속도는 지난 경기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 시속 140.7km에 불과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정교한 제구력 아래 위력적인 체인지업과 커브를 적절히 섞어 강한 타구를 억제했다. 타자는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듯 보였다.
류현진은 수비 난조가 있었던 2회말 2점을 내줬지만 모두 비자책으로 처리됐다.
야수들은 수비 실수를 타석에서 만회했다.
브랜든 벨트가 홈런 2개를 쏘아올렸고 보 비셋, 조지 스프링어, 케빈 키어마이어도 대포를 가동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토론토 타자들은 투구 패턴이 단조로운 그린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그린은 3이닝 10피안타 3볼넷 9실점(8자책)으로 무너졌다.
토론토가 먼저 앞서나갔다. 신시내티의 내야 불안이 득점의 발판이 됐다. 1회초 1사 후 비셋이 3루타를 때렸고 벨트의 2루 땅볼 때 신시내티 내야수 맥 맥클레인이 공을 못 잡는 실책을 범했다.
그 사이 비셋이 홈을 밟았다. 신시내티는 2사 후 스프링어의 3루 땅볼 때 송구 실책을 범해 다시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돌튼 바쇼가 그린의 100마일 빠른 공에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류현진은 1회말을 삼자범퇴로 막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내야 땅볼 2개를 이끌어냈고 2번 맥클레인을 상대로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각각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으로 처리했다. 신시내티의 간판 유망주 엘리 데 라 크루즈는 3루 땅볼로 처리했다.
타선의 지원은 계속 됐다. 토론토는 2회초 벨트와 키어마이어의 투런포로 5-0 리드를 잡았다.
류현진은 2회말 수비 불안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사 1,3루에서 신인 3루수 노엘비 마르테를 상대로 좌익수 짧은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때 3루 주자가 홈으로 태그업 하려는 동작을 취했다. 내야 중앙에 위치한 3루수 맷 채프먼에게 공이 연결되자 1루 주자가 2루로 뛰었는데 이를 잡으려다 악송구가 나왔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스코어는 5-2가 됐다. 실책에서 비롯된 점수로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이어 TJ 프리들의 내야 땅볼 때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송구 실책을 범해 이닝이 길어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루크 마일을 우익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3회말에는 2사 후 맥클레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데 라 크루즈와 TJ 홉킨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여유있게 이닝을 끝냈다.
토론토의 파워는 굉장했다. 비셋과 벨트가 4회초 연속타자 솔로홈런을 때렸고 스프링어는 무사 1루에서 투런포를 쏘아올려 스코어를 9-2로 벌렸다.
류현진은 4회말을 공 11개로 마무리했다. 2사 후 마르테의 타석에서 몸쪽 낮은 코스를 찌르는 포심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이 백미였다.
5회말에는 류현진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났다. 안타 2개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홉킨스를 삼진으로, 맥클레인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각각 처리했다.
이어 데 라 크루즈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발군의 피칭을 선보였다. 2스트라이크에서 낮게 제구된 커브가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찔렀다. 데 라 크루즈는 커브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9-2로 크게 앞선 6회말을 앞두고 투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