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의 대반란이다. 프로야구 최하위권인 삼성과 키움이 가을 야구에 갈 길이 바쁜 팀들의 발목을 잡으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두 팀은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주(15~20일)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 시즌에서 나란히 4승 2패를 거뒀다. 5승 1패 가파른 상승세로 2위까지 뛰어오른 kt 다음 가는 성적이다.
삼성과 키움이 9, 10위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하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팀은 지난주 포스트 시즌(PS)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의 덜미를 잡았다. 고춧가루 부대로서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적잖다.
삼성은 주중 대구 홈에서 1위를 달리는 LG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무엇보다 최강팀을 상대로 15일 6 대 5, 17일 4 대 2 등 빡빡한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후 삼성은 주말 KIA와 홈 3연전에서도 웃었다.
6위 KIA는 주중 키움과 홈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뒀지만 주말 삼성과 3연전에서 루징 시리즈로 웃지 못했다. 5위 두산이 지난주 1승 4패로 허덕인 사이 KIA는 순위 상승을 노릴 수 있었지만 승차 없는 6위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지난주에만 3세이브를 따내며 KBO 통산 390세이브(1호)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한미일 프로야구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은 리그 최초의 400세이브에 10개만을 남겼다.
타선에서는 구자욱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주 구자욱은 6경기 타율 4할3푼5리에 3홈런 11타점을 쓸어 담았다.
구자욱은 지난주 장타율이 무려 9할1푼3리에 이르렀고, 결승타도 2개를 때려내 순도도 높았다. 구자욱은 시즌 타율 3할4푼5리로 1위를 질주해 생애 첫 타격왕에 도전한다. 구자욱은 2021년 득점 1위(107개)에 오른 바 있다.
최하위인 키움도 지난 주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렸다. KIA에는 위닝 시리즈를 내줬지만 7위 롯데를 고척 스카이돔 안방으로 불러들여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특히 키움은 3경기 모두 롯데에 역전승을 거뒀다. 18일 2 대 4로 뒤진 8회 3점을 뽑아내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따냈다. 공교롭게도 이적생 이주형이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뛴 한현희를 상대로 역전 결승 3점포를 때려냈다.
키움 마무리 임창민은 지난주에만 4세이브를 따내며 '영웅 군단'의 수호신 역할을 해냈다. 뒷문이 무너져 싹쓸이 패배를 당한 롯데와 대조를 이뤘다.
롯데는 주중 홈 3연전에서 SSG를 흠씬 두들겼다. 3경기에서 32점을 뽑아냈다. 전준우가 지난주 타율 4할5푼 3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는데 홈런 2개가 주중 3연전에서 나왔다. 그러나 키움과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6위 KIA와 격차를 좁힐 기회를 잃었다.
삼성은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 승차가 7경기, 키움은 8.5경기다. 삼성이 106경기, 키움이 113경기를 치른 가운데 가을 야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닌 터라 기세를 몰아간다면 기적을 바랄 만하다. 최하위까지 처졌던 삼성이지만 최근 10경기 6승 4패다.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LG로 보낸 키움은 이정후도 시즌을 접은 마당이라 사실상 올 시즌은 어렵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반등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과연 최하위권 팀들이 남은 시즌 존재감을 키워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