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일 협력 새로운 장"…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는

尹,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
"한미일 협력 새로운 장, 새 시대 의지와 가능성 확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채택
한미일 협력, 제도적인 틀 갖춰…인태 지역 협력체 독립성 획득
"글로벌 복합위기 도전 요인, 기회 요인으로 전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선언했다.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처음으로 단독으로 만난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 협의 공약 등을 채택하면서 협력의 제도적 기반과 명문화를 구축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공조 강화는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후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3개월 만에 마주했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의 3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3국 정상은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력의 당위성과 전방위적인 공조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3국이 힘을 합쳤을 때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고, 그것이 우리 3국과 3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의 결과 문서가 주목된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 협력 지침이 담겼으며 "무엇보다 우리는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또한 경제규범, 첨단기술, 기후변화, 개발, 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에도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 숙소인 '아스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3국 협력의 비전과 실천 의지가 골자다. 3국 공동 비전, 협의체 창설, 아세안과 태도국, 역내 위협, 우크라이나, 확장억제 및 연합훈련, 경제협력 및 경제안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공동의 지역적 도전과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 조율을 위한 신속한 협의가 담겼다. 대북 위협에 대한 공조를 넘어 역내외 여러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부터 지속적으로 기틀을 닦아온 한미일 협력은 제도적인 틀을 갖추게 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를 통해 꾸려진 한미일 협력체가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등 역내 미 주도의 다른 소다자 협력체보다 더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자 협력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소다자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도전 요인, 기회 요인으로 전환"

한미일 정상은 앞으로 정례적으로 회의를 여는 한편, 3국 각 급의 인사들이 매년 만나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차관보급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 개발정책 공조, 글로벌 보건,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한미일 청소년 정상회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도 한층 강화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프놈펜 정상회의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올해 안에 본격 가동될 것이며, 이는 3국의 북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미일 3자 훈련 강화, 북한의 불법 외화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 사이버 실무그룹' 출범, 고위급 차원의 북한 인권 증진 협력 강화도 합의했다.

3국은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도 각자 운영 중인 조기경보시스템을 상호 연계하고 혁신기술 보호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3국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중국에 대해서도 한층 선명한 견제 목소리를 내면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를 명확히 했다.

아울러 3국은 '인도·태평양 대화'와 '해양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태평양 도서국의 개발 협력, 인도적 지원을 조율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갖기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의 경우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후쿠시마 원전 문제와 관련해 "3국 국민과 모든 인류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며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과정을 통해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질문에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그 후 정부의 조치와 2012년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결과의 간극을 조정할 수 있는 공탁방안을 시행했지만 반대 여론도 있다"면서도 "국민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개선, 한미일 협력이 안보와 경제 발전에 중요하다는 데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가 개최된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에서 100㎞쯤 거리의 메릴랜드주 캐톡틴 산맥에 위치해 있다. 1943년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논의한 곳이며,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도출된 역사적인 장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외국 정상을 초청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캠프 데이비드 팻말 앞에서 만난 3국 정상은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3국 정상 간 친분과 우의를 더욱 강조하려는 패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캠프 데이비드는 현대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 역사의 현장"이라며 "정상회의에서 세 나라가 공동의 역할을 제도화한 것은 글로벌 복합위기가 가져다준 도전 요인을 기회 요인으로 전환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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