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기면 '은행 탓'…정부 가계빚 정책 엇박자 비판↑

금리 인하 옥죌 때는 언제고… 가계빚 늘자 또다시 은행권에 관리 주문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제한해도 가계부채 증가 해결하기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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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빚 증가세가 크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위원장이 직접 은행권 대출 관행 점검을 당부하고, 금융감독원도 은행 가계대출 현장조사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빚이 증가할때마다 은행권을 옥죄며 단기처방식으로 일관했던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가계빚 증가세는 오락가락한 금융정책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은행 향한 금융당국 메시지 '강경'…은행권 대출태도 등 지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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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강경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만 해도 이자장사를 한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는데, 그 결과 가계대출이 늘어나자 은행이 과도한 대출을 내주며 영업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며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일례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계빚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50년 만기 대출을 들 수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이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 3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16일 열린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정부 출범 이후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이 사용되거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상식에 벗어나서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없는지, 상환능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과잉 대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신중하게 살펴봐 달라"고 직접 주문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17일 국내 17개 은행 은행장들을 소집해 내부통제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는 한편, (은행들의) 가계대출 취급 관련 법규 준수 여부와 심사 절차의 적정성 등을 진단하고 점검 결과 미흡한 점은 즉시 개선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원장도 "8월 중으로 가계대출 관리 내지 실패와 관련해 은행 현장 점검을 내보내 실질적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원칙이 작동하는지, 실질소득 성장을 넘어서는 대출이 일어나는지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출 규제 완화 차원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해 6월 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올 1월 출범한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50년 만기 상품을 내놓았다. 특례보금자리론 만기 50년 상품은 만 34세 이하 혹은 신혼부부만 선택이 가능하다.

은행권도 억울…"금리 공시해가며 내리라더니 이제 대출확대 주범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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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주도한 상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출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정부 방침에 호응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차주의 빚 부담 완화를 위한 상품을 내놨더니 불과 몇 달도 안 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당한 셈이다. 또 정부가 먼저 나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해 놓고선 금세 기조를 바꾸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에는 금리 인하하라 하고 예대금리차 공시하라더니 이제는 대출을 과하게 내주고 있다고 은행을 탓하고 있다"며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와 함께 최근 가계대출의 '주범'으로 내세운 인터넷은행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낮은 금리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주담대 영업에 나선 탓에 가계대출을 늘린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한달 전만해도 5대 시중은행 중심 과점을 깬다며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내세웠는데, 한달 만에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며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령제한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세대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40대 남성은 "분양시장에서도 설 자리가 없는 4050에게 결국 주거 사다리를 없애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연말 아파트 매매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30대 남성은 "정부가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정말 예상 못했느냐"며 "문제가 될 것 같자 중간에 갑자기 '땜질식' 처방을 하려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 거래량 증가와 함께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 규제 완화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며 "연령 제한을 도입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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