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디폴트에 빠진 헝다(영문명 에버그란데)가 미국 현지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로이터 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헝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헝다의 계열사인 텐허 홀딩스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챕터 15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비(非)미국 기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자산을 묶어두려는 채권자로부터 해당 기업을 보호하는 법이다.
헝다의 총 부채는 3,300억 달러(약 442조 원)에 달하는데 미국 법원에 관리를 요청한 해외 부채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 수준이다. 이는 해외 부채를 우선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헝다 측은 법원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홍콩,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번달 안에 채권단이 회사측이 마련안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9월 첫째 주에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법원으로부터 그 결과를 승인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헝다는 2021년과 2022년에 총 810억 달러(약 10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은 지난 3월에 회사 측이 제안한 부채 구조조정안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지난 2021년 말 이후 227억 달러(약 30조 4천억 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진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가운데 하나로 중국 부동산업계 위기의 진앙지로 불린다.
최근에는 또 다른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이 만기인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 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은 16일 공시를 통해 "채권 상환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혀 디폴트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여기다 국영기업으로 분류되는 원양집단(영문명 시노오션)도 2024년 만기 예정인 채권 이자 2,094만 달러(약 279억 원)을 갚지 못해 위기에 처하는 등 중국 부동산업계가 도미노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