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앙숙'도 화해한 '캠프 데이비드'…韓美日 정상 모인다

한미일 정상회의 18일 캠프 데이비드 개최
휴양, 업무 시설 갖춘 美 대통령 전용별장
美정부, 해외 정상 초대 외교 메시지 전달
30년 중동 전쟁 멈춘 '캠프 데이비드 협정'
노르망디 상륙작전 논의, 미-소 냉전 담판

캠프 데이비드. 연합뉴스

1978년 9월 5일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는 미국 메릴랜드 주 조용한 숲속에 도착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30년간 무려 4차례 전쟁을 치른 중동의 앙숙을 자신의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두 정상은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무려 13일간의 피 말리는 협상 끝에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도출했다. 팔레스타인의 자치권 보장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반환, 양국 관계 정상화 등이 합의되면서 30년간 이어진 중동의 포성이 멎었다.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캠프 데이비드는 이처럼 국제 외교의 흐름을 여러 차례 바꿔 놓은 역사적 현장이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쪽으로 100km 가량 떨어진 매릴랜드주의 캐탁틴 산맥에 자리잡고 있다. 1942년 미 해군 시설로 만들어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곳을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 이상향 '샹그릴라'로 불렀다. 이후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각별히 사랑했던 자신의 손자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로 명명했다.
 
이곳에는 골프연습장과 테니스코트, 수영장 등 각종 휴양 시설과 사무실, 회의실 등 업무 공간이 함께 갖춰져 있다. 화려한 시설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소박한 휴양지에 가깝다고 한다.
 
캠프 데이비드가 주목받는 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해외 주요 정상을 초청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초청된 정상들은 이곳에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장시간 대화할 수 있었고 이는 중요한 외교적 합의 도출로 이어졌다.
 
캠프 데이비드. 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를 처음 방문한 외국 정상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다. 처칠 총리는 1943년 이곳에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 2차 대전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냉전이 본격화되던 1959년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 군사적 대결을 지양하기로 합의했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초청해 평화 협상을 논의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1시간 40분간 캠프 데이비드 곳곳을 둘러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캠프 데이비드로 해외 정상을 초청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처음이다. 백악관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 정상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과 강력한 우정을 재확인하면서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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