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사건 조사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뒤 국방부로 회수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점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군과 경찰의 주장이 전혀 엇갈리는데다 앞뒤 설명도 맞지 않아 국기문란 사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찰 이첩과 회수의 적법성 논란…국방부 "항명사건 증거물로서 회수"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일 저녁 경북경찰청을 방문해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서류를 회수한 경위와 관련해 항명 사건의 증거물을 확보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명령을 어기고 사건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했기 때문에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야당의 질의에 '사망사건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과 경찰이 상호 협력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군의 회수 요청이 있어서 응한 것'이라는 상반된 취지의 답변을 했다.
국방부는 항명사건 수사를, 경찰은 사망사건 수사를 각각 이유로 내건 셈이다.
국방부가 항명사건의 증거물로서 해병대 조사 기록을 긴급히 회수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타 기관에 이첩된 서류를 회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절차도 무시된 채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오전 10시 30분쯤 해병대에서 찾아와 약 2시간 동안 (사건 이첩을 위해) 있었고, 오후 1시 50분쯤 국방부에서 회수하겠다고 연락이 와 저녁에 찾아갔다"고 말했다.
더구나 조사기록 원본은 해병대가 보관하고 있고 경북경찰에 이첩된 것은 사본이라는 점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행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사망사건 수사를 위한 협력 차원이라는 경찰 주장이 맞는다면, 항명 사건을 맡은 검찰단이 아니라 군사경찰이 이첩서류 회수에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다.
경찰 입장에선 국방부 검찰단이 소관 업무도 아닌 사망사건 기록을 왜 갑자기 회수하는지 따지고 합당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결국 단지 군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은 직무유기를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이 군내 문제를 넘어 전반적 국정 난맥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사망사건' 협조차 반환"…누구 말이 맞더라도 심각한 모순
이와 별개로, 해당 서류가 회수된 시점이 국방부로부터 경찰로의 이첩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도 존재한다.
정부기관이 간단한 사안에조차 분명한 설명을 못한다는 점은 차치하고,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얘기다.
사실 이 설명은 사건 초반에 잠시 등장했다 사라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경찰이 일종의 '가접수' 상태로 이첩 서류를 갖고 있다가 군이 요구하자 돌려줬다고 밝혔지만, 이후 슬그머니 '항명 사건의 증거물' 논리로 뒤바뀌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일부 야당 의원실에 대한 보고에선 군-경찰 간 이첩 시스템을 근거로 '이첩 미완료설'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국세청 등의 형사사법시스템(KICS)와 달리 군과 경찰 간에는 직통 전산 체계가 없기 때문에 인편을 통한 이첩에 따른 시간적 공백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일 해병대 사령부가 경찰에 이첩한 서류는 물리적으로만 이첩됐을 뿐 법적으로는 반나절 이상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된다. 정부기관 사무에서 결코 발생해선 안 될 중대한 행정 공백을 자인하는 셈이다.
실제로 국방부와 경찰이 2일 작성한 '사건기록 인계‧인수증'은 군‧경 간 서류 이첩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양측은 이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 인계(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수사기록 2권'을 이관했다는 증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전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의 인계 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국방부 검찰단 인계 기록에 "해병대 제1광역수사대에서 경북경찰청으로 인계"이란 문구를 통해 사후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야당은 KICS 외에도 정부기관 간 표준업무 관리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의 존재와, 해병대와 경북경찰 간에 이 시스템을 통한 이첩 사실을 주장하며 군뿐 아니라 경찰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