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첫 재판에서 피고인인 친모 측이 적용 혐의를 기존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은 자녀들을 위해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개인정보 노출을 제한하면서 공개 재판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A(35)씨의 변호인은 A씨에게 적용된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영아살해죄는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간격이 아닌 산모의 심리 상태에 따라 파악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A씨가 출산 후 상당 시간이 지난 이후 장소를 이동해 범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죄명이 영아살해죄 대신 살인죄로 변경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징역 상한을 10년 이하로 둔 영아살해죄보다 더 무겁다. 형법 250조(살인)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변호인은 첫 번째 살해된 영아에 관한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장소 이동 없이 주거지 안에서 이뤄진 행위로서 은닉으로 볼 수 없다고 변론했다.
또한 피고 측은 "냉장고에 사체를 보관하면서 긴 시간동안 수없이 냉장고를 여닫았을 텐데 (피고인 입장에서)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A씨에 대한 정밀 정신감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또 다른 자녀들의 일상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시된 사유만으로는 피고 측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공개 재판 원칙을 유지했다.
다만 피해자의 가족들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재판 절차에 따라 구체적 의견이 제시되면 비공개 재판을 할지 추후 다시 판단을 하기로 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거주지인 장안구의 한 아파트 내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남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범행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실태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10일 열린다. 2차 공판에서는 피고인의 남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