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노 메달 수모를 겪은 한국 배드민턴.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김학균 총감독이 이끄는 배드민턴 대표팀은 1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미디어 데이를 열고 다가올 국제 대회를 앞두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대표팀은 당장 오는 21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개인)에 출전한 뒤 9월 5일부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중국 오픈을 치르고 23일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선수단의 사기는 높다. 김 감독은 "최대 목표인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을 향해 현재까지 선수들이 잘 믿고 따라와주고 있다"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최근 BWF 팀 랭킹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2018년 4월 이후 5년 3개월여 만에 2위 탈환이다. 한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무려 40년 만에 노 메달 수모를 겪는 등 부진 속에 한때 팀 랭킹이 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김 감독 등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꾸려진 이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BWF 월드 투어 1000과 750 규모의 7개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 7개, 동 8개 등의 값진 성과를 냈다.
다만 한국 배드민턴에 대한 포커스는 주로 여자 선수들에게 맞춰져 있다. 1996년 여자 단식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최고 권위 전영 오픈 우승과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간판 안세영(삼성생명)과 세계 최강을 다투는 여자 복식 선수들이다. 안세영은 올해 국제 대회 7관왕에 오르며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여자 복식도 최근 일본 오픈, 호주 오에서 우승한 '킴콩조'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과 인도네시아 오픈 정상에 오른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가 세계 랭킹 3위와 2위를 달린다. 여자 복식 담당 이경원 코치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결승에서 맞붙는 게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남자 선수들과 혼합 복식에 대한 주목도가 덜한 상황이다. 이날 미디어 데이에서도 취재진은 대부분 김 감독과 안세영, 여자 복식 선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도 일을 내겠다며 다가올 대회를 벼르고 있다. 남자 단·복식과 혼합 복식 선수들이다.
서승재(삼성생명)는 "남자 선수들의 성적이 (여자팀에 비해) 안 좋은 것은 사실이고 인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더 집중하고 보완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용대 선배(요넥스) 이후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도 없고 밑바닥부터 시작해 채우고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승재는 "더 준비를 잘 해서 남자 복식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선수들이 워낙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사실 남자 복식도 선전하고 있다. 서승재-강민혁(삼성생명)이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대표팀 남자 복식 담당인 한동성 코치는 "예전 이용대 이후 남자 복식이 세계 5위 안에 오른 게 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더라"면서 "남자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해서 세계 랭킹을 10계단 이상 끌어올렸는데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혼합 복식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날 미디어 데이에서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목표를 묻자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여자 단·복식, 남자 복식이 메달 박스"라고 귀띔했다. 김 감독이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는 했지만 혼합 복식을 깜빡한 셈이다.
그러나 혼복 서승재-채유정(인천국제공항),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도 세계 5, 6위의 강호다. 채유정은 "잘 준비하다 보면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고, 정나은도 "다른 종목들이 너무 잘 해줘서 부럽고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그만큼 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있지만 그걸 잊지 않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살짝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도 혼합 복식이었다. 이용대도 2008년 베이징 대회 당시 이효정과 금메달을 합작한 뒤 중계 화면에 살인 윙크를 보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디어 데이 이후 혼복 담당 김상수 코치는 "일단 아시안게임에 동메달을 노리고 있다"고 취재진에 신중하게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다른 지도자들의 질타(?)를 받자 "더 나은 성적을 내보도록 하겠다"고 상향 조정했다. 부상 재활 중인 김원호도 "웨이트 훈련으로 근력을 보강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서 템포를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자 단식에서도 부활을 노리는 전혁진(요넥스), 이윤규(김천시청)도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단식 정훈민 코치는 "메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선수들을 앞세워 아시안게임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 그러나 다른 종목에서 승전보를 전해도 깜짝 메달이 아닐 만큼 선수들 모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