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네번째로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소환 조사에 백 번이라도 떳떳하게 응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10시 25분 서울중앙지검 출석에 앞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정권의 무도한 폭력과 억압,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
이 대표는 먼저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크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 수백 명이 대책 없이 죽어 나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이 만연한 나라가 되었다"며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에서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간다"며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 역사"라면서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어…영장 청구, 심사 출석할 것"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서도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며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배임 등 혐의와 무관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며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고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출석해서 심사를 받겠다고도 강조하면서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강조하면서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검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이재명 대표 소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네번째 검찰 소환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소환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있던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남은 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조성한 사업이다.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가 시행사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특혜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4단계나 종상향됐고,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이 완화됐으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초 민관합동으로 개발 참여를 검토하다 갑자기 포기했다.
특히 인허가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행사 측이 2015년 이 대표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대표를 영입한 직후 용도 변경이 급물살을 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檢, '인허가 변경·도개공 배제' 등 추궁…이재명, 구체적 답변 '미지수'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수사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 대표를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250여 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검찰은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에 이 대표가 지시 또는 관여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성남도개공이 애초 계획과 달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는 데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 조사에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답변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특혜 의혹 조사 때도 미리 준비한 진술서를 내고 답변을 갈음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면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민간업자의 청탁이 아니라 당시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와 식품연구원 측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해당 부지가 8차례나 매각이 유찰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3차례 용도변경을 지시했고 국토부도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차례 공문으로 부지 용도변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한 배경에 관해서는 "식품연구원 부지는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이 불가능했고 식품연구원은 부지 전체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2종주거지역을 원했다"면서 "준주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정부와 식품연구원 요구를 들어줄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성남도개공의 사업 참여가 부지 용도 변경의 선제 조건이 아닌 데다 공사의 사업 참여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허가관청이 토지소유자의 주택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게 배임죄라는 해괴한 주장을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