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경찰관에게 게임머니 샀다 재판에…4년 만에 '무죄'

대전법원종합청사. 김정남 기자

단속 경찰관에게 게임머니를 샀다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4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이 게임장에서 게임머니를 현금화해주는 '불법 환전상'이었다고 봤는데, 1심과 2심 모두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그렇게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사건은 4년여 전인 지난 2019년 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임장에 있던 당시 50대의 A씨는 "게임머니를 환전해 달라"고 종업원에게 요구하는 B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손님으로 온 한 아주머니가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대신 좀 바꿔 주라"고 했고, A씨 입장에서도 "게임머니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아" B씨의 게임머니 15만 점을 13만5천 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판결문에 나온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날 B씨는 게임장에서 직접 게임을 해 게임머니 점수를 획득한 뒤 게임장 종업원에게 게임머니 10만 점을 환전해달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지방에 내려가야 해서 여기 언제 올 줄 모른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재차 게임머니 15만 점을 환전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 장면을 목격한 A씨가 대신 게임머니를 사들였다. A씨는 종업원에게 이 게임머니를 자신의 계정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종업원은 이를 거절했다.

B씨는 알고 보니 단속 경찰관이었고 이날 A씨 등은 단속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A씨는 환전상으로, 게임장 업주는 A씨와 공모해 게임머니를 불법으로 환전해준 혐의를 받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게임머니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단속 경찰관 B씨는 "A씨가 환전상이라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으며, 11일에도 A씨에게 환전을 받았고 12일에도 A씨의 환전행위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B씨의 주장을 부인하며, 자신은 손님일 뿐이고 "게임머니를 좀 더 싸게 얻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A씨 등은 경찰이 '함정수사'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4년의 법정공방이 이어졌는데,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현행법은 게임결과물에 대한 환전 등을 '업으로' 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단순한 환전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진 않다"며 "A씨 등이 환전행위를 업으로 했는지에 관해 단속 경찰관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제출돼있지 않고, A씨가 환전상으로 고용됐거나 손님들에게 환전해주는 대가로 게임장 업주에게 금전이나 급여를 지급받았던 사실 또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주와 A씨가 공모해 게임장에서 게임결과물 환전행위를 업으로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주와 A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는 A씨 등이 제기한 '함정수사' 주장에 대해, "당시 상황들을 토대로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행을 유발하게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단속 경찰관의 진술과 증거들에 의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무죄 판결은 사건이 불거지고 4년 만에 확정됐다.

무죄를 선고받은 A씨는 "원래 덤프트럭 기사 일을 했는데 그동안 재판 중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써주는 곳이 없어 취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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