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사면‧복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문재인정부 당시 '내부 고발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이같은 사면‧복권과 선거 공천 사이 '선 긋기'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 김 전 구청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이를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직결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자칫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대통령이 치르는 선거'가 돼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법무부는 15일 0시부터 효력이 생기는 김 전 구청장의 사면에 대해, 그가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한 폭로 사건 관계자들이 유죄로 확정된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구청장은 14일 이같은 사실이 공개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정의로운 국민 여러분께서 정치보복을 자행한 '김명수 사법부'를 심판할 때"라며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 어떤 방식이든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마론과 공천설에 본격적으로 불씨를 잡아당긴 것이다.
당은 공식적으로는 강서구청장 공천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정치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김 전 구청장이 원하는 출마와 공천에 힘을 싣지 않는 복잡한 속내엔 결국 선거에서 '여론의 화살'이 사면‧복권을 결정한 정부와 윤 대통령에게 꽂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논의했을 때,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할 시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정치적 판단이 내려지는 셈이란 지적이 나왔고, 다들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며 "강서구는 안 그래도 그 자체로 당의 험지인데, 패배가 곧 여론의 심판이란 프레임이 씌워지면 곤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한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사실상 '용산'이 치르는 싸움이 된다. 사실상 대통령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그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김 전 구청장을 '내부 고발자'로 규정하고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것이 당의 입장인 만큼, 공천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한 상황이다.
통일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로 돌아온 권영세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분명하게 잘못을 해서 귀책 사유가 있을 때 (후보를) 안 내는 건데, 김 전 구청장의 경우는 사실 할 말이 많은 분"이라며 "여러 후보와 비교해 경쟁력이 김 전 구청장이 제일 낫다면 다시 (후보로)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구청장의 적격 여부를 떠나, '무공천 방침' 자체를 살릴 것이냐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당내 한 인사는 "김 전 구청장은 내부 고발자다.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다. 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많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