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폭 줄었지만, 兆단위 손실에 한전 '적신호'…하반기 전기료 인상은

황진환 기자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이 에너지 가격 안정화 및 요금인상 영향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 추세로는 올해 말 누적 적자가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연내 kWh당 51.6원 이상 인상해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전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에 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3분기엔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다소 진정된 동시에 지난해 이후 전기요금을 40%가량 올리면서 수익성이 다소 개선된 덕분이다.
 
한전의 연결기준 2분기 손실은 2조2724억원이었다.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에 6조1776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하면 손실 폭은 크게 줄었다. 에너지 원자재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약 10조8천억원에 달해던 점을 감안하면 2개 분기 연속 손실 폭이 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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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적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1년 2분기 이후 누적 적자는 약 47조5천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올해 말에는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요금 동결을 선언한 3분기에는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 겨울철에 돌입하는 4분기에는 국제적인 에너지 수요가 커지며 원자재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지만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책 없이는 한전이 '적자 늪'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전력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1분기에 kWh당 13.1원, 2분기엔 kWh당 8.0원 등 각각 인상을 단행했다. 당초 정부 계획을 적용하면 현재까지 21.1원을 인상했기 때문에 30.5원을 연말까지 올려야 한다. 앞서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 한번에 30.5원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밟아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6월 3분기 동결안 발표를 앞두고 강경성 산업부 차관이 "지난해 당시 예측과 지금 예측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4분기 역시 동결 또는 소폭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표면적으론 물가안정과 국민부담 등 사유를 들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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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진 구조 탈피'와 '한전 정상화' 등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전의 재정 여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태양광 발전 변동성을 고려해 전력 인프라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이 지난 2020년 말 기준 17.5GW에서 지난 6월 27GW로 증가했음에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저장 장치 등 설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에너지 변수 등을 고려해 4분기 '빅스텝' 요금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전의 누적적자가 벌써 47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하반기가 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2분기에 소폭 인상 그치며 당초 계획한 대로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며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더 늦기 전에 올해 인상안 중 나머지인 30원을 이달 안에 올려야 한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연말로 갈수록 인상하기 어렵고 내년 총선 전에는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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