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공은 시속 146.6km가 기록된 포심 패스트볼이었고 가장 느린 공은 시속 103.8km가 찍힌 커브였다. 포심의 평균 속도는 여전히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 시속 142km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빈티지(vintage) 류'에게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2볼넷 비자책 2실점을 기록했다.
토론토는 컵스를 11-4로 완파했고 류현진은 지난해 5월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선발승을 챙겼다. 부상 복귀 후 세 번째 등판만에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활약과 결승 3점포를 때리는 등 5타점을 쓸어담은 돌튼 바쇼를 앞세워 3연패를 끊고 17연전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1회초 2점을 내줬다. 1루수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됐기 때문에 모두 비자책점으로 처리됐다. 이후 류현진은 순항했다. 4이닝 동안 1안타, 1볼넷만을 내줬고 득점권 위기는 없었다.
류현진의 포심 평균 속도는 이날도 빠른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와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최근 뜨거운 감각을 자랑했던 컵스 타선은 류현진의 팔색조 투구 패턴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컵스 타선은 타구 발사 속도 100마일 이상의 강한 타구를 2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하나는 1회초 댄스비 스완슨이 때린 2타점 적시타였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토퍼 모렐이 3회초에 때린 좌측 방면 날카로운 타구였다. 모렐의 타구는 토론토의 좌익수 위트 메리필드의 호수비에 걸렸다.
그게 전부였다. 최근까지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류현진의 LA 다저스 시절 동료 코디 벨린저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벨린저는 첫 맞대결에서 좌측 방면 뜬공에 그쳐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 번째 승부에서는 볼넷을 골라냈다.
류현진에게는 구종 간의 구속 차가 중요하다. 총 투구수 86개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은 절반에 가까운 40개였다. 제구력이 뒷받침 됐고 타 구종과 조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공이 느려도 위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체인지업이 절묘했다. 류현진이 잡아낸 삼진 3개 모두 체인지업이 결정구로 활용됐다. 제구가 되는 커브 역시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존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류현진의 투구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면서 "류현진은 무너지지 않고 있다. 오늘 강한 타구를 잘 억제했다. 그가 복귀 후 3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치기 전 보여줬던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정말 굉장한 활약"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류현진은 이를 쉬워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