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몰라?" 순천시의원, 청사 방호요원 문책 요구 논란

A 순천시의원, 상임위서 시청사 방호 과정 추궁
"얼굴 못 알아봐…감금이자 범죄, 수치스러웠다"
당직실 시의원 사진 배치…공직기강 해이 지적
청사 방호 담당한 직원 공식 사과, 문책 요구도
노조 "반말에 무례하고 비상식적…자괴감 들어"

전남 순천시의회 회의 전경. 순천시의회 제공

전남 순천시의회 한 의원이 순천시의 청사 방호 과정에서 당직실 직원들이 일부 시의원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출입을 제지한 것에 대해 사과와 문책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쯤 해룡면 주민 30여 명이 쓰레기 처리장 후보지 선정 철회를 주장하며 시장실 앞 복도를 점거했고 농성이 수일째 이어지자 시가 청사 방호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A 순천시의원은 지난달 24일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순천시의 청사 방호 과정을 추궁했다.
 
A 의원은 "당직실 직원들이 시의원을 몰라보고 청사 출입을 못하게 했다"면서 "의원의 개인 활동을 막은 것은 물론 어떻게 보면 감금이고 범죄행위까지 한 것이다. 굉장히 수치스러웠다"고 주장했다.
 
A 의원은 이어 같은 당 소속 B 의원의 사례도 언급하며 "밤에 당직실에다가 의원이라고 얘기했는데도 책임자가 오고 나서야 열어줬다"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선을 넘은 것이다. 25명 의원을 못 외워서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문을 안 열어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A 의원은 "시의원을 몰라본 것은 순천시 공직자들의 공직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면서 "당직실에 의원들 사진을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A 의원은 "시의원을 몰라본 당직자들에게 의회에 와서 직접 사과하도록 하라"거나, "주의든 훈계든 문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는 A 의원 외에도 다수 의원들이 순천시 담당 국장 등 간부들에게 반발을 하거나 질문 중 비웃음을 보이는가 하면, 답변을 자르고 윽박을 지르는 등 무례한 태도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순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순천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사라 기자

A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순천시 공무원 노조도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 순천시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어 "지난 7월 24일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 중 일부 의원들의 발언과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의정 질의 및 답변을 진행하면서 질의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자기 질문하고, 답변을 하려고 하면 잘라서 질문을 반복하는 등 아예 답변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반말을 하고, 의회의 고유 권한을 넘어서 집행부의 권한까지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청사 방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의원이 출입하려고 하였는데 의원 얼굴을 몰라 출입을 못 하게 하였다고 하여 '시의원을 몰라보면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다'고 했다"면서 "'당직실에 의원들 사진을 배치하라', '의원을 몰라본 당직자는 의회에 와서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직원들은 허탈하고 의욕 상실을 넘어서 자괴감에 빠짐과 동시에 의회에 대한 적대감이 생기기에 충분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당직자가 직접 의회에 와서 사과하라'고 한 발언을 철회하고, 순천시의회 의장에게도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의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의사진행과 반말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청사 방호 상황에 대해 순천시는 시장 집무실 앞 복도가 사전에 집회 신고가 되지 않은 곳이었던 만큼 불법 점거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청사 방호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청사 방호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고 시청사 출입구를 현관 정문으로 단일화했다"면서 "일부 출입에 불편이 있었겠지만 불법적인 상황이 계속되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의원도 확인 절차는 당연하고 저녁에 출입한 B 의원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라면서 "팀장 이상 간부들은 시의원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만 젊은 직원들은 시의원은 물론이고 시장 얼굴도 모르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A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노조에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뒤 맥락을 자르고 입장을 낸 것"이라며 "의원 신분을 밝혔고 나를 알고 있음에도 밖에 집회하는 분과 이야기하겠다는데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와서 무인민원발급기를 쓰려고 해도 고장이 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들여보내지 않았다"면서 "순천시의회가 순천시와 청사를 같이 쓰는 특수성도 고려해서 방호를 해야하는데 의원 출입을 막은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이지 단순히 못 알아봤다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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