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1년을 갓 넘긴 상황에서 단독 투어를 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르세라핌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행복이 다 피어나(공식 팬덤명) 덕분(허윤진)"이라며 끊임없이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3 르세라핌 투어 '플레임 라이지즈 인 서울'(FLAME RISES IN SEOUL)을 개최한 르세라핌은 13일 공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너무너무 행복하다"(홍은채)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르세라핌이라는 팀명은 '아임 피어리스'(IM FEARLESS, 나는 두렵지 않다)라는 애너그램 형식으로 바꾸어 만들었다. 데뷔 쇼케이스 당시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힌 김채원의 말처럼, '두려움'은 이 팀의 정체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오프닝에서부터 '두려움 없는' 르세라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The World Is My Oyster)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앞을 정면으로 바라본 채로 뒤로 떨어지는 퍼포먼스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곡은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The Great Mermaid)로, 흰옷을 입은 20명의 여성 댄서가 등장해 초반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인트로 퍼포먼스는 이번 투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었다. 짙푸른 심해를 표현한 배경 뒤로, 마치 두 다리로 선 인어처럼 돌 모형 위에 서서 멤버들이 나타났다. 대규모 댄서, 카즈하-김채원, 카즈하-허윤진 등의 페어 안무, 폭죽 쇼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허윤진은 "오늘도 정말 많은 피어나분들이 와 주셨는데 봐도 봐도 믿을 수 없는 것 같다"라며 "이번 목표가 '역시 르세라핌은 실제로 봐야 한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원은 "어제보다 더 뜨거운 서울 공연 막콘(마지막 콘서트), 에너지 넘치게 마무리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은 '엠버스(EMBERS) : 자기 확신의 불씨', '이그나이트(IGNITE) : 연대의 발화' '플레임(FLAME) : 강인한 불꽃'과 앙코르 때의 '라이지즈(RISES) : 타오르는 야망'까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흰 깃털이 내려앉으며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이 열리고, 풀빛 가득한 장소에서 요정 같은 자태를 뽐내거나, 복잡한 미로를 헤매다 결국 탈출구를 찾아 한 자리에 모이는가 하면, 불붙어 타버린 날개를 스스로 떼는 등 테마에 맞는 VCR이 매번 나왔다.
다만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채로는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설명하는 시간도 없었고, 각 구간이 어떻게 저렇게 다른 테마로 구분되고 이런 곡으로 채워지게 되는지 별다른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 르세라핌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플레임 라이지즈' 공연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바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면,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무관했겠지만.
김채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얼마나 행복해할까 하는 마음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많은 곡을 공들여 연습했겠지만, 그중에서도 타이틀곡으로 활동한 곡은 확실히 더 노련했다. '안티프래자일'과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언포기븐' 무대에서 멤버들의 '신남'이 더 잘 묻어났다. 한층 뜨겁게 달아오른 객석의 분위기도 체감됐다.
'블루 플레임'(Blue Flame) '굿 파츠'(Good Parts)(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발견한 매력적인 곡이었다. 세 곡 모두 이렇다 할 장벽 없이 편안하게 스며드는, '듣기 좋은' 노래였다. 강렬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팝 펑크 장르 '노 셀러스티얼'(No Celestial) 역시 귀에 꽂히는 곡 중 하나였다.
공연 내내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한 르세라핌은 피어나를 위한 신곡 '위 갓 소 머치'(We got so much) 무대를 공개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비롯해 르세라핌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팬 송 '피어나'(Between you, me and the Iamppost)는 앙코르 두 번째 곡으로 선보였다. 토크 시간에도 빼놓지 않고 피어나를 언급하며 사랑을 전했다.
두 장의 미니앨범과 한 장의 정규앨범을 내며 바쁘게 활동해 온 르세라핌은 1년 3개월 만에 자신들의 이름을 건 단독 투어를 열게 됐다. 지금까지 낸 곡 수를 살펴보면 미니 1집과 미니 2집은 각각 5곡이고, 정규 1집은 총 13곡 중 신곡이 7곡이었다. 여기에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 '더 히드라' '번 더 브리지(Burn the Bridge)는 내레이션이 주가 되는 곡이었다. 르세라핌은 보유한 모든 한국 앨범 곡을 이번 콘서트 세트리스트에 포함한 셈이다.
"진짜 최고의 무대와 최고의 기억을 드리고 싶"(김채원)었다는 르세라핌은 첫 단독 투어 '플레임 라이지즈' 서울 공연으로 이틀간 총 1만 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는 23일부터는 나고야부터 도쿄, 오사카, 홍콩, 자카르타, 방콕 등 7개 도시 13회 공연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