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年매출 300억 '북파공작원' 단체 전현직 회장들 고소 난타전

국가보훈부 산하 공법단체인 특수임무유공자회 '내홍'
전직 회장, 현직 회장에 '부정선거' 의혹 제기
현직 회장, '배임, 횡령' 혐의로 전직 회장 고소


해마다 혈세 20억여 원을 지원받고 수백억 대 사업 매출을 거두는 '북파공작원 단체'가 내홍에 휩싸였다. 해당 단체의 현직 회장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의혹에, 전직 회장은 '배임, 횡령'을 한 의혹에 휘말렸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사문서 위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협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 현직 회장 A씨를 지난달 20일 입건해 조사에 나섰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전직 회장 B씨에 대한 배임, 횡령 혐의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는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한 이들을 비롯해 과거 특수임무를 수행한 이들과 그 유가족을 위해 지난 2008년 설립된 국가보훈부 산하 공법단체다. 전국 17개 지부, 회원 3200명으로 구성됐다.

특수임무유공자회는 공법단체로서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단체 운영 등의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는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올해 특수임무유공자회는 국고보조금 20억 66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또 한강 수상택시와 조정면허 시험장 운영 및 임대업을 비롯, 용역·기전사업, 불용품 사업 등 수십 개의 수익사업도 국가·지자체 등과 수의계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수익사업으로 단체가 올리는 연매출은 2~300억 원에 달한다. 단체는 △2022년 약 246억 원 △2021년 261억 원 △2020년 289억 원 △2019년 316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특수임무유공자회 제공

이러한 단체에서 현직 회장 A씨와 전직 회장 B씨가 서로를 맞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선 전직 회장 B씨 측은 현직 회장인 A씨가 지난 3월 29일 열린 임원 선거에서 '부정 선거'를 펼쳐 당선됐다고 주장한다.

B씨 측에 따르면, A씨는 특수임무유공자회 제 5대 임원 선거에 위조한 추천서로 출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장 후보로 나오려면 회원 200명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A씨가 일부 회원들에게 '유공자증만 보내면 내가 추천서를 작성하겠다'면서 본인의 추천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것이다.

또 A씨 측이 선거 전날, 30여 명의 유권자들을 불러 서울 송파구의 한 소고기집에서 1인분 4만 6천 원 상당의 소갈비와 주류 등을 대접하고, 이들에게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호텔 숙박까지 제공하는 등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임원 선거에서 A씨는 투표인(총회 구성원) 89명 중 47명의 찬성표를 받아 당선됐다. 이후 B씨 측이 위와 같이 문제를 제기하자, A씨 측 임원 및 지부장들이 삭발한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B씨 측의 책상에 올려놓으며 위협하는 등 B씨를 협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맞서 A씨 또한 B씨 측이 배임, 횡령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년 간 3,4대 회장직을 맡은 B씨를 비롯해 당시 사무총장, 사업단장 등 3명이 약 6억 7천여 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자산가치가 약 70억 원에 달하는 특수임무유공자회의 재산인 한강 수상택시 선착장 '서래나루'를 B씨 측이 이사회도 모르게 절반도 안되는 금액인 약 28억 원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단체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 또한 제기한 상태다.

현직회장 A씨는 B씨가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향응 제공 및 부적절한 사전 선거운동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소갈비는 유권자들이 직접 계산했고, 숙박 또한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의 요청으로 숙소를 잡아줬을 뿐, 투숙을 한 이들이 각각 직접 계산했다"고 덧붙였다.

추천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의 의사에 반해 추천서를 만든 것이 아니"라며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일부 지방에 있는 동기들 10여 명에게 (모든 정황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고 추천서를 대신 작성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B씨 또한 배임, 횡령 혐의에 대해 "배임·횡령을 한 적은 전혀, 한 번도 없고 사업단장이 정당하게, 철저하게 아무 이상 없이 단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서래나루는 배경상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면서 "매각해서 빚도 갚고 사업 자금으로 쓰라는 보훈처의 지시가 있었고, 내 마음대로 한 게 아니고 이사회 의결을 전부 거치고 (매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처럼 전현직 회장이 서로를 맞고소하는 등 내홍이 빚어진 상황을 놓고, 단체 회원들은 회장직 자리에 수익사업이 가져오는 거액의 수익금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단체가 진행하는 수익사업의 수익금은 회원 경조사비, 명절선물비를 비롯한 회원 복지비와 단체 운영비로 사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단체 관계자 C씨는 "단체 이름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불리려는 이들도 많고 수익금이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 지, 간부들이 어떻게 나누는 지는 회원들에게 공개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가보훈부가 지난해 특수임무유공자회를 감사한 결과, 해당 단체는 복지사업심의위원회 참석위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며 기타소득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점이 발각되는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지난 5월 23일, B씨는 A씨에 대해 회장직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결과는 다음 달 이후 나올 전망이다.

국가보훈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단체 내부 의혹에 대해 관계자간 고소가 있었고, 보훈처는 그 진행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수사기관 또는 사법기관의 판단 결과가 확정되면 적절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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