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S2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CBS노컷뉴스를 만난 4인조 신인 걸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 KIOF)는 인터뷰 중 '예상보다 관심을 많이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언급을 몇 번이나 했다. 데뷔 자체도 중요한 관문이지만 사실은 '그 이후'가 더 고난도의 도전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인공호흡'이라는 뜻으로 K팝 신에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담은 팀명 '키스 오브 라이프'. 데뷔 앨범명도 '키스 오브 라이프'다. 음악방송 출연을 비롯해 한 달간의 첫 활동을 마친 키스 오브 라이프는 자신감도 생겼고 욕심도 생겼다. 데뷔 한 달을 갓 넘긴 키스 오브 라이프와 나눈 이야기를 옮긴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지난달 5일부터 타이틀곡 '쉿'(Shhh)으로 활동했다. 데뷔 활동을 마친 소감을 묻자, 쥴리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되게 많은 경험을 하고 제가 예상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정말 많은 것들을 해서 되게 보람차고 성장했던 한 달"이라고 답했다. 이어 "활동해 보니 더더 욕심이 나고 더 자신 있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뚜렷하게 알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키스 오브 라이프가 펼친 무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실력 칭찬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인답지 않다'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랩, 보컬, 댄스, 작사·작곡 등 개별적으로 두드러지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음악을 듣거나 무대를 보면 전부 보컬 포지션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멤버 전원 고르게 안정적인 보컬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했다. 쥴리는 "벨(메인보컬)이 워낙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 저희도 거기에 뒤처지지 않게끔 연습을 많이 따로 하기도 했다. 나띠도 보컬을 정말 잘하는 친구라 벨과 같이 만나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벨은 "프로듀싱했고 보컬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어 악기처럼 사용하는 편이었다. 랩하는 것도 좋아했고. 나띠 언니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아했고, 알앤비 힙합 팝 등 장르 신경 안 쓰고 하는 편이었다. 그룹 준비하면서는 각각 어울리고 빛나는 색깔이 있다 보니까 (멤버들과) 부딪히지 않고 빛날 수 있는 보컬 색이 뭘까, 강점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음역에 대해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쥴리, 나띠, 벨은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팝을 주로 들었다. 국내파인 하늘은 상대적으로 가요를 많이 들었다고. 각자의 음악 취향을 형성해 준 음악은 무엇일까. 하늘은 "원래 팝은 디즈니 노래만 많이 접했고 가요를 더 들었는데 언니들이랑 지내면서 팝에 관심이 생겨 그쪽으로도 더 많이 듣고 불렀다"라며 악동뮤지션, 윤하, 올리비아 로드리고, 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나띠는 "원래 음악 취향이 힙합 알앤비 팝이었다. 저희 셋이 막내한테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라며 "어릴 때 가수 꿈꾸면서 티나셰라는 가수를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알앤비 쪽으로는 켈라니, 스자, 리한나 등 다양한 가수 음악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벨은 "알앤비 기반의 팝을 엄청 많이 들었는데 셀레나 고메즈,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사브리나 클라디오, 켈라니 노래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쥴리는 "TLC, 리한나, 티나셰 등 해외 아티스트를 정말 다양하게 듣는 것 같다. 올드스쿨 힙합도 많이 듣는다"라고 덧붙였다.
하늘은 "데뷔 전 (언니들과) 그렇게 돈독해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저 자신한테만 기댔다. 뭔가 의지할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족들, 친구들에게 온전히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이해해줄 부분이 아닌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데뷔 후에는 언니들이랑 더 돈독해지고…"라고 말하던 하늘은 살짝 목소리가 떨렸고 눈물을 보였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린 하늘이 "죄송하다"라고 했지만 곁의 멤버들은 막내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벨은 "어쩐지 말(하는 톤)이 점점 내려가더라"라며 "어제도 울었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하늘은 "아니, 언니가 (어제) 갑자기 너무 고생했다고 그래서… 암튼 데뷔 후에는 언니들이랑 돈독해지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지지하게 된 것 같다"라고 해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쥴리는 "연습생 생활을 되게 오래 했다. 6년 정도? 그 시간 동안 멘탈 트레이닝을 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평가를 많이 받지 않나. 저를 잃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잃지 않으려면 어떠한 피드백을 받아도 반영하되 무너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피드백은 그 사람의 의견이니까, 반영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니까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멤버 모두가 이 팀에 상당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벨은 "우리가 실력적으로 너무 잘하는 팀이고 다들 잘하는 게 뚜렷하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는데, 세상 밖으로 나오니까 대중분들이 실력 칭찬을 많이 해 주신 것 같아서 우리 팀에 대한 자부심이 올라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희는 확실히 무대에 섰을 때 가장 빛나는 친구들"(쥴리)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앞으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일 기회를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제일 해 보고 싶은 무대도 '코첼라'다. 질문하자마자 나띠와 쥴리가 앞다투어 "코첼라요!"라고 외쳤다. 나띠는 "코첼라는 원래 꿈도 못 꿨는데 블랙핑크 선배님이 K팝 그룹으로서 길을 열어주셔서 우리도 언젠가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저희한테 가장 큰 목표"라고 소개했다.
쥴리는 "비욘세의 코첼라 무대를 어렸을 때 봤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이 엄청나다. 거의 눈물 날 정도였다. 블랙핑크 선배님 무대 보고 '오 마이 갓' 했다. 코첼라뿐만 아니라 그렇게 많은 대중이 있는 야외 무대에 오르고 싶다. 아티스트로서 많은 실력과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무대. 진짜 멋있게 할 자신이 있어서 더 하고 싶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올해 안에 컴백 계획이 있다고 귀띔했다. 벨은 "이번 활동 땐 자유롭게 난리치러 왔다, 놀러나왔어 이런 느낌이라면 (다음엔) '자, 이제 다 뺏으러 왔다' 하는 느낌일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쥴리가 "알겠고, 이제 됐고"라고 거들었고, 나띠도 "좀 더 강렬해진 느낌"이라고 예고했다.
"이 친구들이 weird(기묘한)하고 raw(날것의)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대중분들께 와닿을 것 같고, 더 도전적인 걸 할 계획이니 예쁘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쥴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