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잘 나오면 더 걱정인 식품업계, 이유는?

황진환 기자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며 2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호실적이 정부의 추가적인 가격 인하 압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식품업계는 걱정이 앞서는 모양새다.

11일 라면업계 빅3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농심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 6979억 원, 영업이익 1175억 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204.5% 상승한 수치다.

농심은 해외 사업의 성장과 경기침체·고물가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라면 수요가 늘어난 점을 호실적의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법인이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상반기 농심은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854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기록했다고 같은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61.2% 증가했다.

삼양식품도 2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국∙중국 판매법인의 성공적인 안착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식품업계 매출 1위 CJ제일제당도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7조 2194억 원, 영업이익 3445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4%, 31.7% 감소했다고 밝혔다.

식품사업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2조 7322억 원,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환율과 원당 등 높아진 원재료 가격에 부진했지만, 판매관리비 절감과 미주지역 중심의 해외 수익성 제고로 감소폭을 축소할 수 있었다.

롯데웰푸드는 2분기 매출이 1조406억원, 영업이익이 48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7%, 7.8% 늘어났다. 제과 사업 매출이 생산과 영업 효율화를 통해 81.5% 늘어난 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해외 사업 매출도 인도·카자흐스탄 시장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며 영업이익이 14.6% 증가한 157억원이 됐다.

다음주 2분기 실적 공시를 앞둔 식품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자구책과 적극적인 해외 돌파구 모색의 성과로 전년보다는 개선된 실적을 낼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식품업계 상황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물가를 잡고 싶은 정부가 주요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넘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호실적은 또다른 압박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조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워낙 부진했던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것이지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고 다들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에서 버티고 있다"며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고 아우성인 상황인데, 정부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 의견처럼 원재료 가격이 한창 높을 때보다는 안정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의 효과를 일부 본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세히 뜯어보면 다들 해외 시장을 개척한 성과 덕분에 호실적을 거둔 것인데, 단순한 가격 단속보다는 원재료 가격 안정과 해외 진출 지원에 더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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