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하면서 부산에 200여 건에 달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고 교량과 지하차도가 통제돼 출근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부산에서는 187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9시 55분쯤에는 해운대구 송정동의 한 도로에서 가로등이 쓰러질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비슷한 시각 영도구 봉래동에서는 건물 외벽이 떨어지려 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9시 30분쯤에는 사상구 엄궁동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시민이 이를 신고했고, 수영구 민락동에서는 유리문이 파손돼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사상구와 금정구 등의 주거지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바람에 날아갔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담벼락이나 옹벽 붕괴 우려, 전선 스파크 등의 신고도 부산 곳곳에서 잇따라 접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파와 침수 우려 등에 따른 통제도 이어졌다.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호안도로가 높은 파도에 의해 침수됐고 민락동수변공원과 마린시티 호안도로 등에도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왔다.
지자체는 이들 도로를 통제하고 접근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주민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을숙도대교와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등 교량과 침수 우려가 높은 지하차도와 호안도로, 낙동강변 도로 등이 잇따라 통제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한 세력의 태풍이 내륙을 관통할 거라는 예보가 나오자 침수나 붕괴 우려가 있는 451세대 주민 274명이 사전에 대피했다.
동구에서는 자성대아파트 등 상습침수지역 주민 60여 명이 인근 숙박시설 등으로 대피했고, 중구에서는 청풍장과 소화장 등 노후 아파트 34세대 주민이 안전한 곳으로 거쳐를 옮겼다.
태풍 상륙에 따라 부산시와 교육당국은 유치원과 각급학교를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고 어린이집은 휴원 조치했다.
한편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9시쯤 경남 통영에서 10㎞가량 떨어진 지점에 상륙해 내륙으로 향하고 있다. 상륙 이후 세력이 다소 약해져 강도는 '중' 수준으로 하향됐지만 여전히 중심부에서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부산지역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162㎜의 비가 내렸다. 금정구는 258.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가덕도에서 초속 34.8m에 달하는 순간최대 풍속이 관측되는 등 바람도 매우 강하게 불었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내륙으로 북상하고 세력도 약해지면서 부산은 오전부터 조금씩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비는 오후까지 이어지고, 저녁까지 강풍이 계속 불 것으로 예상돼 태풍특보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