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김성훈 감독이 '비공식작전' 위해 약속한 것들

영화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 스포일러 주의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외교관이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다. 석방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1개월.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납치라는 사건의 발단과 석방이라는 결과다. 그 사이 여백의 시간을 채운 게 바로 '비공식작전'이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모티브를 제공한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이라는 몇몇 사실을 제외하고는 인물과 스토리 모두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상상력으로 쓰인 활자의 세계는 김성훈 감독의 손을 타고 스크린 속 또 다른 현실로 완성됐다.
 
영화 '끝까지 간다'와 '터널',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통해 위기에 처한 누군가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누구보다 긴장과 유머, 드라마를 유연하게 오가며 그려냈던 연출자가 김성훈 감독이다. '비공식작전' 역시 평범한 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이는 사투를 하나의 목적지로 삼아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감독 특유의 시선은 올곧게 직진한다.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긴장감과 유머, 드라마와 액션을 오간다. '비공식작전'에서는 김성훈 감독이 어떤 고민을 안고 자신만의 작전을 완수해 나갔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구하러 가는 이야기'란 약속

 
김성훈 감독은 2018년 여름, 비행기 안에서 '비공식작전'을 처음 접했다. 초고를 받아 든 후 10쪽가량 읽은 그는 시나리오를 덮기도 전에 자신이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이야기 진행 방식이 제가 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끝까지 간다' '터널'도 인물의 서사 없이 느닷없이 시작하죠. 그게 매력적이었어요. 기승전결로 서사를 만들고 시작하는 이야기가 감정을 쌓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지 모르고 이야기를 던져놓고 시작하는 것도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김 감독은 뒤쪽은 안 봤지만, 피랍된 외교관을 구해오는 과정에서 그동안 기본적으로 추구해 온 서스펜스와 유머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이전 작품에서 해보지 못한 카체이싱 액션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능성을 타진한 뒤 찾아온 건 궁금증이었다. 영화로 가공되기 전 '실화'는 어땠을까 말이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증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최초에 외교관이 납치된 후 구하려 했지만 연락이 안 됐고 그러면서 국민의 머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그렇다면 피랍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구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 도달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자기한테 이해관계가 없고, 실적이 쌓이는 것도 아닌데. 추정컨대 살아있다는 걸 아는데 자기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밥 먹으면서 편했을까? 사명감이 있었을까? 모르는 사람인데….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연민 아닐까? 그러면 굳이 어찌 보면 사람이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당위와 같은 명제는 빤한 이야기인데, '터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왜 또 하고 싶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갈증이 있는 거 같아요. 그건 끊임없이 해도 되는 이야기니까요."
 
김 감독은 이러한 것들을 영화적 재미로 치환해서 보여줄 수 있는 면이 있기에 영화로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다만,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모(某) 서기관에게 어떠한 형태로나마 피해를 주지 않을까 두려웠다. 김 감독이 직접 만난 모 서기관은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영화는 '구하러 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며, 구해야 할 대상에 관한 이야기는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분의 아픔은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게 그분에 대한 약속이었다"며 "그렇게 했을 때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이 영화를 최초의 기획 의도가 있을 텐데 만들고 싶은 방향도 이와 같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우리 인생 최고의 카체이싱을 찍자는 약속

 
'비공식작전' 기획 의도와 함께 장르적인 재미까지 챙기기 위해 김 감독은 1987년 혼돈 속의 레바논 베이루트를 재현할 수 있는 모로코로 향했다. 할리우드 로케이션으로도 유명한 모로코에서도 탕헤르,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세 도시를 누볐다. 세 도시의 특징적인 풍광에 민준(하정우)과 판수(주지훈)의 비공식작전 수행기가 더해지며 볼거리 가득한 버디 액션 영화가 완성됐다.
 
카체이싱 액션 시퀀스를 준비하면서 김 감독이 염두에 둔 것은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할리우드의 자본과 물량 공세를 따라갈 수 없다면 '비공식작전'만의 카체이싱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극 중 판수가 모는 차량은 벤츠 W123 시리즈가 사용됐다.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에서도 등장했던 시리즈다. 애로사항이라면 모든 걸 모로코 현지에서 촬영할 수 없는 만큼, 위험한 신들은 국내에서 짐벌(Gimbal,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을 이용해 촬영해야 했다. 이를 위해 동일한 차량을 모두 8대를 구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계단 신에서 4대가 박살 나는데 '어! 저거 돈이 얼마야!' 싶었죠. 그래서 골목길 신은 모로코에서 맨 마지막에 찍었어요. 골목 카체이싱 신에서 판수 차를 뒤따르는 악당 차가 있는데, 극 중 카림을 연기한 페드 벤솀시는 악당 차가 예쁘다며 본인이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싸게 준다고 했는데, 골목길 들어올 때 충돌 신을 찍으면서 축이 부러져서 선물하지 못했죠. 마지막 덜덜거리는 판수 차(W123) 하나 갖고 크랭크업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 보여서 카퍼레이드하듯이 축제를 해주셨어요."(웃음)
 
스태프 구성, 안전과 편의, 촬영, 미술, VFX, 고증, 일정 및 지역 이동 요소까지 엄청난 양의 사전 준비를 거쳤다. 그렇게 나온 판수의 택시 하나로 미로 같은 골목을 질주하는 풀 악셀 카 체이싱 액션은 현장감은 물론 짜릿한 쾌감까지, '비공식작전'의 백미 중 하나가 됐다.
 
그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걸 찍고 싶었다. 스태프와 처음부터 최소한 우리 인생 최고의 카체이싱을 찍자고 말했다. 그런 노력이 모여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전달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종적으로 관객들에게 그러한 기쁨을 준다면 나 역시 기쁠 거 같다"고 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하정우×주지훈 티키타카 케미의 완성

 
모로코 로케이션, 와이어부터 총기와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모두 '비공식작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비공식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배우'다. 피랍된 사람부터 구하고자 한 사람까지, 관객들이 그들의 호흡과 변화 그리고 심정에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김성훈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이루고자 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먼저 피랍된 외교관인 오재석 서기관 역은 대부분의 관객이 잘 모르길 바랐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하면서도 헌신적이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관객이 잘 모르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노력 끝에 찾은 게 바로 배우 임형국이다. 영화 '백두산' '비상선언' '헌트' 등을 본 관객이라면 임형국을 알아볼지 모른다.
 
김 감독은 "'백두산'을 같이 했던 조감독이 임형국 배우를 칭찬하기에 만나봤는데, 이분이면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피랍자의 고통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닌지라 임형국의 분량은 많지 않았는데, 이를 위해 임형국은 7개월의 촬영 기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오재석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김 감독은 "너무 충실히 잘 표현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오 서기관을 구하는 민준과 판수는 각각 하정우와 주지훈에게 맡겼다. 이미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호흡을 맞춰본 만큼 둘의 버디 케미는 완벽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에게는 오랫동안 만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 작품을 통해 '배우의 태도'를 처음 경험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정우는 자신에게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읽어보자고 한 뒤 모든 역을 본인이 다 연기했다. 이 이야기를 주지훈에게 했더니 그 역시 어느 날 시나리오를 들고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역할을 읽으며 연기했다. 김 감독은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고, 너무 고맙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한 느낌과 동선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그걸 직접 연기하면서 읽으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열정과 노력을 갖춘 두 배우는 연기 면에서도 훌륭했다. 김 감독은 "하정우가 가진 순발력과 재치가 민준이라는 역할을 만나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하정우와는 다른 능수능란함을 가진 주지훈은 연민과 동정에 탁월한 배우"라며 "이 두 배우의 티키타카는 최소한 우리 영화에서는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어쩌면 김성훈 감독에게 처음부터 민준과 판수는 하정우와 주지훈이어야만 했던 것일지 모른다. 이쯤에서 다시 그에게 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 김 감독에게 물었다. '비공식작전'은 민준과 판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만큼 티키타카 호흡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는 게 중요했을 듯한데, 그런 점에서 하정우와 주지훈은 어떤 점에서 각각 민준과 판수 역에 적역이었다고 판단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하정우 주지훈 두 배우가 만난 순간부터 엔딩 전까지, 두 배우를 캐스팅하길 잘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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