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잼버리 참가 대원들의 야외활동 여부에 관한 안전 지침조차 내리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임시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비상대피 현황 브리핑'을 진행했다.
당초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 잼버리 대회 현황에 관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비상대책회의 일정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취소된 뒤에 열린 브리핑이었다.
이 장관은 "(정부는) 특히 영외 프로그램 지역에 대한 태풍 관련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며 "참가 대원들에게도 태풍 진행 상황과 행동 요령을 전파해 참가 대원들이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풍속이 초속 35m에 육박하는 강력한 태풍' 카눈'으로 인해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브리핑을 마친 이 장관에게 태풍 안전대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 장관은 잼버리 영외활동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자체가 마련한 프로그램 중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며 "내일은 절대 영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행안부나 조직위가 각 지자체에 안전관리 지침을 전달한 것인지 따져묻자 "내일 영외 프로그램이 어렵다는 것은 (이 장관의)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날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세계잼버리대원 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현황'에 따르면,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10일에도 트래킹 등 야외활동이 예정됐다고 '홍보'됐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총 5차례 남산, 북악산, 인왕산 등에서 '서울 명산 트래킹'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대전광역시도 다음날 계족산황톳길, 장태산 등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두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국가 재난 상황을 총괄하는 행안부가 언제부터 야외활동을 금지해야 하고, 재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바람에 지자체들은 '각자도생'으로 대안을 찾느라 분주한 상태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재난안전실에) 잼버리 관련이 아니라 태풍에 대비해서 취약지역과 시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만 있었다"며 "통상적으로 태풍예보가 있을 때마다 내려오는 지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아직은 변동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 전달받은 게 없다"며 "태풍이 오면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언론의 질타를 받은 행안부는 브리핑이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4시쯤 각 지자체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야외활동은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결국 서울시는 다음날 하려던 야외활동 일정을 취소했다.
게다가 잼버리 참가자들이 애초 대회가 열렸던 전북 새만금에서 '탈출'해 전국 곳곳으로 이동을 마친 이날까지도, 조직위는 이들을 위한 관련 일정조차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각 지자체 별로 마련된 문화·체험활동 현황을 공개했지만, 공개된 일정 곳곳에는 프로그램 계획이 텅 비어있는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전날(8일)부터 수 차례에 걸쳐 각 지자체가 진행하는 잼버리 프로그램 현황을 문의하자, 조직위는 "정부와 잼버리조직위는 현재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한 수송에 주력하고 있다"며 "대원들이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관계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