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하트, 손가락 하트 등 다양하게 발전한 'K-하트'는 스타들 사진 촬영 시 단골 포즈로 자리매김했다. 공식 행사에서 기자들의 요청은 물론이고,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를 거절하는 남자 스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서준과 박형식은 지난달 열린 트위드 드 샤넬 이벤트에 참석했다가 하트 포즈 거절로 구설에 올랐다. 현장 영상을 보면 박서준은 쏟아지는 손하트 요청에 아예 포즈를 취하지 않았고, 박형식은 손하트 요청에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었으나 볼하트 요청에는 "사전에 전달 받은 게 없다"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뒤늦게 샤넬 측이 포토월에서 '손하트' '볼하트' '브이' 등 포즈는 '진행이 어렵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충분히 이해 가능하단 반응 한편에, 지침은 지침일 뿐 법적 제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시크한 사진을 촬영했다면 이후 취재진 요청에 따라 하트 포즈도 가능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당시 포토월 후반부에는 취재진의 각종 포즈 요청에 응한 참석자들도 많았다.
지난해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발표회 현장이 있다. 당시 송중기는 기자들이 신현빈과 손하트 포즈를 요청하자 "왜 이렇게 손하트를 좋아하시냐"고 되묻고 하지 않았다. 이에 선배 이성민이 자기 차례에 다양한 하트 포즈를 선보이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자 송중기도 그제야 손하트, 볼하트 등 포즈를 따라 취했다.
송중기의 경우, 주최 측 자제 요청이 있지는 않았기에 박서준·박형식 사례와 다르지만 공식 석상의 포즈 거절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양상이 유사하다.
스타들의 '필수템'(필수적인 아이템)이 된 머리띠도 예외는 아니다.
손하트 거절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대인사 현장에서 또 한번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팬이 건네 준 머리띠 착용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서준과 한 쌍으로 머리띠를 건네 받은 박보영은 이를 착용했기에 더욱 질타를 받았다.
결국 박서준은 공식 팬카페에 글을 올려 "스프레이를 많이 뿌려서 머리를 움직이지도 않게 고정해 그 상태에선 머리에 뭘 쓰거나 하면 두피가 좀 많이 아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서준과 유사한 헤어스타일을 했던 남자 배우들이 별다른 거절 없이 머리띠를 착용했던 사례들도 많아 이 역시 완전히 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과도한 보안 검사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던 그룹 앤팀(&TEAM)은 머리띠 검열로도 시끄러웠다.
지난달 앤팀 팬사인회에 다녀온 한 팬은 SNS에 팬사인회 현장 사진과 함께 '조금이라도 여성스러운 건 안된다'는 주최 측 방침에 따라 '머리띠에 리본이 있다고 검열 당했다'는 후기를 공유했다. 통상 팬사인회에 당첨되려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데 '여성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아이템이 검열되는 것은 다분히 성차별적이며 고객인 팬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 통념상 젊은 남자 스타들보다 중년 남자 스타들이 훨씬 하트 포즈나 머리띠 착용 같은 팬서비스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일련의 논란을 보면 오랜 시간 팬들과 교류한 이들은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반면, 일부 젊은 남자 스타들은 팬서비스를 까다롭게 선별한다는 인상을 준다.
하트 포즈, 머리띠 착용 모두 개개인의 호불호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연예인이란 공식 석상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 앞에,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다. 각종 문화가 달라질 때, 직업 특성상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자기 좋은 일만 할 수 없듯이 연예인으로 통칭되는 여러 직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팬서비스가 좋은 연예인들에게 팬들은 열광하고, 결국 이런 에너지와 소비가 연예인을 '연예인'으로서 존재하게 한다.
트위드 드 샤넬 이벤트처럼 이해관계에 얽힌 상황이 아니라면 팬이나 취재진을 만나는 잠깐의 시간 동안 최선과 충실을 다해 '팬서비스'에 임하는 태도. 연예인이란 직업에 딸려오는 통상 업무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