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 1분기 XR(혼합현실) 디바이스 '비전 프로'를 전 세계에 출시하면서 XR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언제, 어떤 제품으로 XR 시장에 뛰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게임 포털(Game Portal)'이라는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 전문 온라인 스토어 '삼성 게임 포털'을 오픈했다.
'게임 포털' 상표는 XR 게임용 헤드셋과 컨트롤러 등의 상품 분류에 등록했다. 앞서 상표권 출원을 신청한 △갤럭시 서클 △갤럭시 인사이드 △갤럭시 인덱스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XR 생태계를 구축할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XR 디바이스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미국의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이매진(eMagin)'을 2억 1800만 달러(약 2850억 원)에 인수했다.
마이크로 OLED는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로 불린다. 기존 OLED가 화면 기판으로 유리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면, 마이크로 OLED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에 증착한다.
특히 XR 디바이스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보다 눈과 가깝기 때문에 높은 화소 밀도가 몰입감을 좌우한다. 따라서 우수한 화질이 장점인 마이크로 OLED를 탑재해야 한다. 마이크로 OLED는 전체 원가의 50%를 차지할 만큼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XR 기기가 대중화하면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매진 인수를 통해 XR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고객에게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퀄컴‧구글과 차세대 XR 경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시장은 △퀄컴의 칩셋 △구글의 AR 글라스 경험과 OS(운영체계)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차세대 XR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XR 헤드셋 '비전 프로' 역시 공식 출시는 내년 1분기가 될 예정이다. 현재 메타가 오큘러스를 통해 XR 헤드셋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애플의 비전 프로가 시장의 성장 속도와 판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XR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S)에 따르면, XR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 원에서 2028년 200조 원으로 100배 성장이 예상된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남았다. 비전 프로의 3499달러(약 46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다. 또 XR 디바이스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성장도 숙제로 꼽힌다.
애플 역시 당초 출시 첫해 판매 목표를 300~40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축소했고, 최근 40~50만 대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30만 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비전 프로를) 아이폰 가격으로 낮추고 안경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 때까지 더 저렴한 버전이 나온다고 해도 (소비자는) 맥이나 아이패드 등 기존의 기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시장의 성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차세대 XR 디바이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2009년 10월 옴니아를 출시했지만, 떨어지는 성능 때문에 굴욕을 당한 기억이 있다"면서 "이후 '갤럭시S'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만큼, XR 디바이스는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