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 '2023 클래식 레볼루션'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베토벤(2020), 브람스와 피아졸라(2021),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에 이어 올해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을 집중 조명한다.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예술감독은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전적이면서도 즐거운 번스타인의 음악은 관객이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고 하나가 되게 해줄 거라 생각한다. 따뜻하고 열려있는 한국 관객을 위해 (번스타인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출신인 번스타인은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교육자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프리츠 라이너를 사사하며 지휘와 피아노, 작곡을 공부했고 25세 때 대체 지휘자로 나섰던 뉴욕필 공연이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작곡가로서는 대표작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페라 '캔디드',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 등을 만들었다. 1954년부터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인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모태가 된 CBS 음악 프로그램 '청소년 음악회'를 진행하며 교육자로서도 업적을 남겼다.
이번 공연은 번스타인뿐만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끼친 작곡가 브람스, 드보르작, 거슈윈, 슈만, 차이콥스키, 말러 등의 작품을 함께 조명한다.
오텐잠머는 "클래식 음악 거장의 개성을 보여주는 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번스타인과 브람스의 공통분모는 민속 음악이다. 번스타인은 쿠바 음악, 재즈 같은 미국의 민속 음악, 브람스는 헝가리의 민속 음악에 영향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대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번스타인이 재발견해 훗날 거장이 된 말러의 작품도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으로 11일 축제의 시작을 연다. 서울시향(지휘 오텐잠머)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참여한다. 12일은 성남시향(지휘 이승원)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13일은 한경 arte 필하모닉(지휘 홍석원)과 소프라노 황수미가 함께 한다.
14~15일은 체임버 데이 공연으로 꾸며진다. 14일은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이, 15일은 클라리네티스트 오텐잠머와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첼리스트 한재민 등이 실내악 성찬을 마련한다.
17일은 인천시향(지휘 이병욱)과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 첼리스트 홍수경 자매가, 18일은 수원시향(지휘 최희준)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19일은 KBS교향악단(지휘 지중배)과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관객을 만난다. 20일은 오텐잠머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협연도 한다.
최근에는 지휘자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2020/21시즌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고 2021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지휘 아카데미에서 네메 예르비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3년부터 스위스 뷔르겐스톡 페스티벌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오텐잠머는 "어릴 때부터 음악에 항상 둘러싸여 있었다. 클라리넷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적기에 나를 찾아왔다. 아버지, 형과 함께 실내악 연주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축제에 예술감독, 지휘자, 연주자 등 다양한 역할로 참여하는 그는 "모든 연주자에게서 최상의 연주를 끌어내겠다. 나의 과거 경험과 새로운 경험이 한국 관객과 어떻게 접점을 이룰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