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 개편 내용을 담은 혁신안 발표를 이틀 뒤로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비이재명(비명)계의 거센 반발과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등의 상황을 고려해 잠깐의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발표에서 10일로 연기…"설문지 최종 확인 필요"
혁신위 관계자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최종 확인한 뒤 혁신안을 발표하려고 한다"며 "발표 날짜는 오는 10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부터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의원제 개편 관련 설문조사를 추가분석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혁신위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개편과 관련한 혁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혁신위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 인근 모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혁신안 내용과 향후 활동 계획 등에 대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후 10시까지 회의를 진행한 결과 혁신안 발표를 이틀 뒤인 오는 10일로 미루는 결론을 냈다.
비명 반발·김은경 논란에 추가 점검?…"논의 잘 진행중"
혁신안 발표를 연기한 배경을 두고 당 안팎에선, 혁신위가 각종 논란과 비명계의 반발을 고려해 혁신안 재점검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혁신위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는 권리당원 40%·대의원 30%·여론조사 25%·일반당원 5% 비율로 진행된다. 그러나 권리당원은 100만명에 달하는 데 반해 대의원은 1만600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의원 표의 가치가 권리당원에 비해 60배에 달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비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대의원의 입지를 대폭 축소할 경우 '개딸' 등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의 개입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그 결과 '팬덤 정치'가 더욱 만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7일 SNS를 통해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대의원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당연히 혁신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위한 혁신위인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혁신위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도 "8일 발표한다는 추가 혁신안에 대해 깜깜이다. 심지어 혁신위 자체에서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예상되는 내용들도 지금 지도부의 유불리에 맞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각종 구설에 휩싸인 혁신위가 혁신 동력을 얻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혁신안을 보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시부모 18년 부양 논란' 등이 확산하면서 마찬가지로 혁신위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퇴를 공개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뜨거운 감자'인 대의원제 개편안을 내놓기 전 민주당 내부에서 청취한 여론조사로 논리 보강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혁신위 관계자는 "논의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친이재명(친명)계에서는 대의원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친명계 좌장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7일 한 방송에서 "지금 대의원제도가 실제로 민주당의 당을 운영함에 있어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조금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 대의원들의 표가 너무나 권리당원보다 (반영) 비율이 높기 때문에 조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