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준비 미흡과 미숙한 운영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면서 국민의힘은 정부 방어에 주력했다.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정부 여당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는 전 정부 책임을 강하게 주장하며 맞섰다.
하지만 일각에서 등장한 전북 지역 스카우트의 조기 퇴소 관련 '야권 배후설'에 공방이 확산되며 출구전략에 차질이 생긴 모양새다. 여권이 정부 엄호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휴가에서 7일 복귀한 김기현 대표는 우선 잼버리 사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준비가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그는 "초유의 폭염 탓이라고는 하지만 어떻든 현 정부여당이 이번 잼버리 준비에 조금 더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공식 사과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정부 책임을 주장하는 야권에는 전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공세로 맞섰다. 김 대표는 "세계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건 2017년 8월 문재인 정권 시절"이라며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국면전환용으로 국제 대회를 악용하고 있다"며 역공을 폈다.
김 대표의 사과가 보여주듯 여권에서도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현 정부의 책임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가 정쟁 자제를 촉구하며 대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강조한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잼버리 준비과정에서 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윤석열 정부에서도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 등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여권의 '로우키' 기조는 신원식 의원의 '반(反) 대한민국 카르텔' 발언으로 오히려 논란이 확산하며 길을 잃은 모양새다. 신 의원은 지난 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범죄 논란으로 조기 퇴영을 결정한 전북연맹의 스카우트연맹을 두고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 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 대한민국 카르텔'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에서 성범죄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하자, 신 의원은 "이들에 대한 옹호가 '2차 국민 배신'"이라고 재차 맞섰다. 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권 배후설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대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저희한테 어떤 의원님이 국가적 배신을 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사실 배신이라고 하면 저희가 국가에서 배신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지도부도 "신 의원의 개인 입장"이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면서 잼버리 이슈가 잠잠해지는 게 최선인데 신 의원이 나서서 일을 키웠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이어졌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찾아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으로 촉발된 강력범죄 대책을 점검했다. 그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강인득 사건, 최근 교사 피습사건과 서현역 사건까지 피의자 공통점은 정신질환을 앓다가 치료를 중단했다는 것"이라며 사법입원제 도입을 언급했다. 사법입원제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타해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치료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킬 때 법원이나 정신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준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어 "당정이 추진하기로 했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조속히 완성하고 경찰의 적극적 공권력 행사를 위해 흉악범죄자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면책권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은 흉기난동뿐 아니라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안전'을 키워드로 한 민생행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