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5일 오후 9시쯤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 입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남성은 사복 경찰들을 보자 두려워 달아나다 넘어진 뒤 수갑이 채워졌다. 이 남성은 이 과정에서 머리와 등, 팔, 다리 등을 다쳤다.
이 남성이 제압되는 과정을 목격한 시민들은 '의정부시 금오동 흉기난동범'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SNS 등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이 잡고 보니 중학교 3학년 남학생 A군으로 흉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평소처럼 운동을 위해 이어폰을 낀 채 하천가를 달리던 중이었다.
당시 하천가 인근 공원에서 축구하던 아이들이 구경하다가 뛰어가는 A군을 수상하게 여기고 오인 신고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 부모 "아들 전신 찰과상" vs 경찰 "내리막길서 넘어진 것"
A군의 부모는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에 '오늘 저녁 의정부시 금오동 칼부림 관련 오보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아들이 다친 사진들을 올렸다.
A군의 부모는 "영문도 모르던 아이에게 갑자기 사복 경찰 2명이 신분도 소속 공지도 없이 다짜고짜 붙잡으려 했다"며 "아들은 칼부림 사건으로 어수선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라 겁이 나서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발짝 뛰다 계단에 걸려 넘어져 아이 기준으로 영문도 모르는 어른 2명에게 강압적으로 제압당했다"며 "아들은 이러다 죽을까 싶어서 살려달라고 저는 그냥 중학생이라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강압적으로 (경찰이) 수갑을 채웠다"고 덧붙였다.
A군의 부모는 "영문도 모르고 지구대로 한숨에 뛰쳐나가 보니 16살 중학교 3학년 우리 아들은 전신이 찰과상과 멍이 들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경찰 형사들 그 누구도 책임과 사과는 없습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A군이 마주친 상황에서 불러세우니까 그럴 여유도 없이 뒤돌아서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달려가다가 시멘트 바닥에 넘어졌다"며 "경찰이 제압하고, 이 학생은 벗어나려고 하는 과정에서 바닥에서 좀 뒹굴긴 했다"고 해명했다.
또 "어떤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서 그런 건 아니다"라며 "피해 부모에게는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안전 확보 차원에서 A군에게 수갑을 채운 뒤 흉기가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풀어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