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하다가 빅히트 뮤직에 들어오면서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데뷔하게 됐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것은 오래전부터 그가 해 오던 일이다.
RM, 제이홉과 함께 다양한 곡의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하며 그룹 내 '프로듀싱 멤버'로 활약한 슈가는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개인 작업물을 냈다. 비상업적 용도로 온라인상에 배포되는 믹스테이프 형태의 '어거스트 디'가 출발점이었다. 2020년에는 정규앨범 'D-2'를, 올해는 '디데이'(D-DAY)를 각각 발매했다. 두 앨범은 모두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시작부터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었다. 창작의 고통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했다. 솔로 앨범 '디데이' 발매와 맞물려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슈가: 로드 투 디데이'(SUGA: Road to D-DAY)에서도 진척이 없어 고뇌하고 답답해하고 때론 버럭하는 슈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나 비티에스 사이퍼(BTS Cypher) 파트 3, 4 등 그룹 곡도 일부 있었지만, 슈가의 솔로 투어 '디데이' 앙코르 공연은 "슈가, 어거스트 디, 그리고 민윤기(슈가 본명)"가 그대로 담긴 공연이었다. 슈가의 곡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를 깊이 알면 알수록 곱씹을 지점이 훨씬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파이널의 파이널의 파이널인 만큼 오늘 끝날 때까지 여러분과 저 모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다 같이 최선을 다해서 이 시간을 즐겨줬으면 좋겠다"라고 한 말처럼, 슈가는 오직 공연을 위해 자기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다. 슈가의 땀과 눈물이 잔뜩 배어나는, 무척 격정적인 공연이었다.
국악기 '해금'(奚琴)과 '금지된 것을 푼다'(解禁)는 중의적 표현을 통해 일상과 사회에서 여러 제약과 제한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자유'라는 화두를 던지는 '해금'이 첫 곡이었다. "해석들은 자유/개소리는 아웃/표현들의 자유" "당신의 판단과 추측엔 확실한 신념들이 있는지" "이 노랜 금지된 것을 푸는 것뿐이지/허나 자유와 방종의 차이쯤은 부디 구분하길" "이제는 생각의 자유조차 범해" "과연 우릴 금지시킨 건 무엇일까/어쩌면은 우리 자신 아닐까"와 같은 직설적인 가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 전통 군악 대취타를 샘플링해, 트랩 비트와 한국 전통 악기의 조화를 꾀한 '대취타'에서도 슈가는 "범으로 태어났지 적어도/너처럼 약하진 않지"라고 말한다. "시간은 금"이지만 "내 시간은 더 비싼데"라거나 "나를 담기엔 이 나란 아직 여전히 작아"라는 슈가는 겸양 떨지도 않고 자신감을 감추지도 않는다.
"진실은 거짓에게 잠식된 지 오래고/가장 이득을 보는 건 누굴까?/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도대체 누굴까?/병든 세상에 병들지 않은 자/되려 돌연변이 취급해 이상하지 않은가/눈 감은 세상에서 눈뜬 자/이제 눈을 멀게 하네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이상하지 않은가'에서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슈가의 비판적인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본인이 직접 "말랑한 섹션"이라고 소개한 구간은, 강렬하고 날카로운 래핑으로 대표되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더 다채로운 슈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신선했다. 방탄소년단 전 멤버의 사인이 새겨진 통기타를 연주하며 들려준 '트리비아 전 : 시소'(Trivia 轉 : Seesaw)에서는 멜로디컬한 노래 속 슈가의 '감미로움'을 발견했다. '사람'과 '사람 파트 2'는 사람 관계에 관한 슈가의 시선을 확인하는 한편, 관객들의 떼창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울음이 차오를 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 슈가는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가사를 겨우 부르고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한 '어땠을까' 무대를 앞두고 슈가는 "제가 다음 곡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예상대로, 슈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머리를 살짝 감싸 쥐는가 하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관객들은 "민윤기 사랑해"라고 연호하며 격려했다. 슈가는 "아이고, 죄송하다"라며 고개 숙이며 웃었다. 슈가는 "이번 파이널 공연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곡 '어땠을까', 아 너무 죄송하다. 그렇게 됐다. 괜찮았냐고 묻기가 너무 미안할 정도로… 아유, 너무 죄송하다"라고 미안함을 전했다.
공연장이 들썩일 정도로 큰 함성이 나온 순간이 곧바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모두 새긴 '7'이라는 타투가 슈가의 어깨에 새겨져 있는 모습이 등장했을 때다. 관객의 호응에 기뻐하며 "칭찬 스티커 30장 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떤 슈가는 '인트로 : 네버 마인드'(Intro : Never Mind)와 '마지막'(The Last)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제가 다시 서울에서 공연을 할 때는 우리 형제 7명과 함께 무대에 서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한다"라며 "항상 여러분한테 감사하고 고맙단 말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흰 문을 열고 다시 그 문을 닫으며 퇴장하는 것으로, 140여 분의 공연이 끝났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는 사흘 내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게스트로 무대를 꾸며 든든한 응원에 나섰다. 첫날은 정국이, 둘째 날은 지민이, 마지막 날은 RM이 멋진 무대를 펼쳤다. 6일 공연에는 군 복무 중인 진과 제이홉이 휴가를 내어 콘서트장에 방문해 훈훈함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