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숙영한다?" 잼버리 無경험 조직위의 '무능'

이제야 숙영? "행사 시작 전 준비했어야…"
미국·일본 잼버리 조직위는 스카우트 전문가들 주도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 전문가 1명뿐
전문가 "연맹이 주도하고 정부는 행정 지원했어야"

이상민 장관이 숙영하고 있는 텐트. 행정안전부 SNS 캡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을 맞으면서 행사를 주관한 조직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책임자들의 부족한 전문성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열환자, 조기 퇴영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뒤늦게 야영지에서 숙영하며 현장을 돌보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전북 부안 잼버리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잼버리 행사를 주관한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익산에서 온 60대 최모씨는 "극한체험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온열질환이 많다고 하니까 너무 불안했다"며 "처음에 행사 시작할 때부터 준비를 잘 했어야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40대 김모씨는 "(4일) 총리와 장관이 와서 물을 더 준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너무 늦었고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지금 보니 화장실도 물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지자체와 조직위가 운영한다고 했는데 이제야 나라(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했으면 이런 나라 망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미국이 조기 퇴영을 선택하고, 여전히 화장실 위생와 벌레 문제가 지적되는데도 정부 인사들은 해결책 대신 뒤늦은 '보여주기'만 치중하고 있다.

앞서 온열질환이 폭증하는 등 잼버리 행사에 대한 논란 커지자 이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새만금 기자회견장을 방문해 이날부터 야영장에서 직접 숙영하며 현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숙영한다.

'2030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지만 폭염으로 인해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관영 전북지사도 잼버리 행사 개최날부터 현장에서 숙영하고 있다. 다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최날부터 야영장 인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데니쉬(15)는 이 장관 등이 숙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수돗물도 마시고 샤워도 해보고 직접 물도 받아오고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책임자들이 부랴부랴 뒤늦게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6년 전 행사 개최가 정해졌는데도 준비가 미흡해 파행을 맞게 된 이유로 각 부처 장관과 국회의원 등 비전문가가 조직위원회를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잼버리 개최한 다른 나라들은 행사 경험이 풍부한 각국 스카우트를 중심으로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2019년 직전 잼버리 대회가 열린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조직위원장은 각국 스카우트 수장들로 꾸려졌다.

미국 잼버리는 '스카우트 캐나다' '멕시코 스카우트 연맹' '미국 스카우트 연맹' 등 3개 조직이 공동 개최했다. 이들 연맹 총재가 공동 조직위장을 맡았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스카우트 행사를 진행해온 전문가다.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도 정부기관은 유치 단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 실제 행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일본 스카우트 연맹이 주도했다. 또 스카우트 출신의 일본 국회의원 200여 명이 후원자 성격으로 참여했다.

안경 고쳐 쓰는 김현숙 장관. 연합뉴스

반면 이번 한국 잼버리 조직위에는 전문가보다는 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 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5명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유일한 스카우트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강 총재는 올해 2월 조직위원장을 확충하면서 뒤늦게 들어왔다.

그동안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가 행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면서 준비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텐트, 그늘막 등 잼버리 관련 시설 설치의 권한부터 조직위 구성 권한까지 한손에 쥐었지만, 스카우트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이번 행사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성명을 통해 "주최자에게 일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이훈 교수는 조직위에 전문가보다 정부 인사들이 주로 포진된 점에 대해 "어떤 행사를 준비할때 콘텐츠나 조직 체계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은 연맹에서 주도하는 것이 맞다"며 "정부는 행사의 기반이 되는 행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조직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준비가 부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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