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도경수가 '더 문'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

영화 '더 문' 황선우 역 배우 도경수.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배우 도경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눈빛'이다. 여린 듯하면서도 강단이 자리 잡고 있고, 마냥 밝고 따뜻할 것 같으면서도 한편에는 어둠이 스며있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동시에 머금은 도경수의 눈빛 안에 어떠한 감정이 서릴 때, 어쩌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납득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더 문' 안에서 도경수는 자신의 강점을 황선우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 관객들을 설득해 나간다.
 
도경수가 연기한 황선우는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이다. 분자 물리학을 전공한 UDT(해군 특수전전단) 출신의 우주 대원 선우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우리호에 탑승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함께 떠난 탐사 대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우주선 조작도 미숙하고 쏟아지는 유성우 때문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달에 첫발을 디딘 감격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선우는 새까맣게 펼쳐진 우주 속 아무도 없는 달에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 사이를 오간다. 그 와중에 선우에게 닥쳐오는 과거의 그림자와 현실의 갈등 사이에서 감정도 요동친다.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다양한 감정이 파도치는 선우를 향해 도경수는 차근차근 탐구하고 만들어 갔다. 마치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선우처럼.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도경수가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

 
선우는 지구에서 38.4만㎞ 떨어진 달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 단단함과 강인함을 덧대어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 바로 선우다. 도경수는 선우라는 인물을 "계속 좌절하고 극복하는 캐릭터"라고 요약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공감'이다. 그는 "난 항상 관객들이 보셨을 때 캐릭터에 공감하는 게 첫 번째"라고 이야기했다.
 
도경수는 김용화 감독과 선우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전 이렇게 고립이 된다면 제 감정을 이럴 거 같은데 감독님은 어떨 거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그가 중점을 둔 두 번째 지점은 바로 '메시지'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후 메시지를 얻는 것이 중요했다. 도경수는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관객들이 선우를 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나도 영화를 보면서 선우에게서 용기를 정말 많이 받았다. 선우를 통해 나 역시 포기하지 말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다. 그걸 관객분들도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도경수는 자신이 황선우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절대 선우처럼 못했을 거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물론 좌절을 극복할 수는 있겠지만 선우처럼 혼자 어떤 큰 결정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래서 황선우 대원이라는 사람 자체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도경수, 달에 첫 발을 내딛다

 
'더 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를 소재로 한 SF영화다. "관객의 입장에서 극장을 찾아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였다는 김용화 감독의 말마따나 '더 문'은 '체험형' 영화다. 촬영, VFX(시각효과), 색 보정 등 제작 전체 공정을 4K로 작업하는 '네이티브 4K 렌더링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영화는 관객들을 생생한 우주 속으로 끌어당긴다. 어쩌면 완성된 영화를 가장 기다렸던 사람인 도경수 역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사실 찍을 때는 어떻게 나올까가 가장 궁금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역시 김용화 감독님이시구나'라는 걸 제일 크게 느꼈어요. VFX도 사실 어마어마했고, 제가 찍은 '이건 내가 안 찍었는데?'라고 착각할 정도였거든요. 달에서 걷는 장면의 경우 제가 몸으로 표현하긴 했는데, 제가 찍은 건지 VFX인지 헷갈려서 물어봤는데 제가 찍은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때로는 실제라고 착각할 정도로, 때로는 VFX이지 않을까 헷갈릴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그 안에서 달에 첫발을 내디딘 최초의 우주선 우리호, 달 표면에 태극기를 꽂은 첫 우주 대원은 황선우. 비록 영화로나마 도경수는 처음 달에 발을 내디뎠다. 도경수는 "되게 남달랐던 게, '진짜 달에 오면 이런 기분인가?' 생각할 정도로 잘 표현돼 있어서 몰입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배우로서도 처음 해보는 경험도 있었다. 저중력, 무중력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한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해야 했다. 그는 "그냥 매달려 있는 와이어가 아니고 계속 움직이며 연기해야 하는 와이어였다.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중심점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며 "평소 하던 한 줄 와이어가 아니고 몸에 줄을 5~6줄 정도 단 거 같다. 당겨주시는 분과 타이밍을 맞춰야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타이밍 연습을 가장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우주복도 실제로는 5~6㎏ 정도지만 체감하기엔 10㎏ 정도로 느껴졌다. 부피감 표현을 위해 안에 두꺼운 보호대를 착용하고 신발도 커다란 워커를 신은 뒤 우주복용 신발을 신었다. 그러다 보니 움직이는 데 어려움도 컸다. 도경수는 "달을 걸을 때도 중력을 이겨내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와이어를 달기도 하고 내가 그냥 걷기도 하고 다양하게 시도했는데, 영화에 담긴 게 와이어를 안 단 게 담기니까 기분이 좋더라"며 웃었다.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도경수가 만난 어른, 다시 만나고 싶은 선배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 이후 김용화 감독과의 재회라는 점에서도 특별했다. 도경수에게 김용화 감독은 자주 만나지 못해도 마치 오래 만난 사람처럼 느껴지는 친숙함이 있다. '더 문' 작업을 앞두고 도경수는 "'더 문'에서는 감독님과 내가 어떤 걸 느끼게 될지에 대한 기대가 제일 컸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은 디렉팅 하실 때도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시는 분이 아니라 단순하게 툭 디렉팅을 하는 것 같아도 그게 10가지로 들리게끔 하는 본능적인 게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어른'인 김용화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감독님은 제게는 '어른'이세요. 감독님이 그동안 지내오면서 본인이 터득한 노하우들도 저한테 많이 알려주시고, 항상 겸손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배우와 감독의 관계가 아니고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정말 멋있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한테는 '정말 멋있는 사람!'인 거 같아요."
 
김용화 감독과의 재회만큼 도경수를 행복하게 한 건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던 선배 배우와의 만남 아닌 만남이었다. 그는 "배우라면 사실 설경구 선배님도 그렇고 김희애 선배님, 이성민 선배님은 정말 태어나서 꼭 한 번 함께해 보고 싶은 선배님"이라면서 "그런데 다 비대면으로 (연기)하니까 속으로는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눈을 보면서 연기했을 때 얻는 게 정말 많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아쉬웠다"며 "영화를 보고 더 아쉬웠던 게 이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걸 왜 옆에서 보지 못했나 하는 점이었다"고 했다. 도경수는 영화 속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울었다. 그는 "우는 걸 창피해하는 면이 있어서 혼자 볼 때도 참는 편인데, 왜 그런지 모르게 울었다"며 "나도 눈물이 나서 너무 신기했다"고 할 정도였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한번 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어요."

영화 '더 문' 황선우 역 배우 도경수.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경수는 도전할 수 있는 한 계속 도전한다

 
도경수는 '더 문' 시나리오를 군 복무 당시 처음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우주 영화가 만들어지는 구나" 싶어 많이 놀랐다. 어떤 이들은 한국을 'SF 불모지'라 부른다. SF라는 장르가 워낙 할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도경수의 '더 문' 출연을 두고 '도전'이라 말하기도 한다.
 
도경수는 "평소에 내가 도전하는 걸 많이 좋아하는 편인 거 같다. 내가 배우를 하는 이유도 일상에서 내가 겪을 수 없는 것들을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며 "'더 문'에 도전했을 때 성취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게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더 문' 스틸컷. CJ ENM 제공
늘 그래왔듯이 이번 작품 역시 도경수에게는 아쉬운 점도 많다. '저 장면에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는데' '저걸 표현할 때 저런 표정이었구나' 등 연기는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지만 "작품을 끝내고 한 계단 한 계단, 내가 내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배워가는 것 같다"며 "꾸준히 하나하나 끝내갈 때 하나씩 느끼는 것 자체가 내 경험치가 된다. 그런 게 점점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황선우처럼 도경수도 늘 새로운 도전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오늘도 자신이 내디딘 첫 발자국들의 흔적을 돌이켜보면서 다시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가수로서는, 사실 솔로 앨범을 지난해 5월에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예요. 뮤직비디오랑 앨범 재킷 사진도 다 찍었고 나오기만 하면 돼요. 배우로서는 아직 차기작을 고르지 못했어요. 계속 보면서 도전할 수 있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으면 그냥 평소랑 똑같이 도전할 계획입니다."(웃음)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