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레이 첸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 주고파"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Credit John Mac. 롯데문화재단 제공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4)이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클래식 페스티벌 '2023 클래식 레볼루션'(8월 11~20일) 무대에 선다. 11일 이번 축제 예술감독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협연하고, 15일 체임버 뮤직 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비올리스트 감사라, 첼리스트 한재민, 더블베이시스트 조정민과 함께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가졌던 레이 첸은 한국 관객과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은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서 음악적으로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며 "관람 태도 역시 클래식 음악 에티켓의 엄격한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록 콘서트 분위기와 흡사할 정도로 활기차고 자발적이다. 하루 빨리 한국 공연의 마법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악보의 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악보에 생명을 불어넣어 제가 곡을 탐구할 때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관객과 감정적 탐구의 여정을 공유하는 것이 라이브 공연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첸은 관객을 '브람스의 세계'로 초대한다. 11일은 서울시향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15일에는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등을 연주한다. 그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의 역동적 상호작용으로 가득 찬 웅장한 작품이고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는 복잡한 음색을 주고받으며 심오하고 친밀한 음악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람스는 작품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불어넣는 능력을 가졌어요. 그의 음악에서 슬픔은 단순히 슬픔의 한 층이 아니라 우울함과 애절함이 더해지는 등 여러 층이 섞여 있죠. 브람스의 복잡한 감정 팔레트를 나누고 인간의 감정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함께 탐구하고 싶어요. 브람스 곡 연주의 본질은 감정의 복잡성을 포용·전달하고 감정의 층층을 파고들어 관객이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데 있죠."

클라리네티스트 겸 지휘자인 오텐잠머와의 인연도 밝혔다. 첸은 "실내악 무대에서 여러 차례 함께 했다. 하지만 오펜잠머가 지휘자 역할을 맡고 내가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처음이라 기대된다"며 "그는 음악적 감성에 유쾌한 성격이 더해져 나를 포함한 많은 동료에게 영감을 주는 훌륭한 리더"라고 말했다.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Credit John Mac. 롯데문화재단 제공
첸은 음악 교육에 깊은 열정을 갖고 있다. 이번 축제 기간에도 아이들을 위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16일)를 진행한다. "한국 학생들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요.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단순히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에 대한 평생의 사랑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죠." 그는 가상 마스터 클래스 '플레이 위드 레이'(Play with Ray) 경연대회를 개최했고 최근에는 전 세계 음악가 커뮤니티와 연습을 공유하는 '토니' 앱'을 출시했다.

악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음악 전공 여부와 상관 없이 음악을 추구하는 것은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죠. 음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훈련, 표현 능력, 아름다움과 구조에 대한 이해는 평생의 선물이에요. 연습은 단순히 악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기쁨과 열정을 유지하고 감정을 전달하며 타인과 더 깊이 소통하기 위한 것이죠. 어디를 가든 악기를 갖고 다니면서 음악을 주는 기쁨을 다른 사람과 나누길 바라요. 여러분의 삶이 풍요로워질 겁니다."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2008),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9)에서 우승한 후 주목받은 첸은 음악 연주, 교육뿐만 아니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의 음악 자문을 맡고 '게바'의 바이올린 케이스 디자인에 참여하는 등 활동 범위가 넓다. SNS를 통한 소통도 열심이다.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1만 명이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0만 명이다.

첸이 음악가로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내게 성공의 척도는 최고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거나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겁니다.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묶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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