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또다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당정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묻지마 범죄 특성상 완벽한 예방은 어렵지만, 혼란을 틈타 사이버상에서 '살인 예고글'과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등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은 즉각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흉기난동 범죄를 '테러'로 규정, 검문검색 강화와 총기 진압 등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흉기난동 범죄자에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법정 최고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사이버 협박에 대해선 테러 차원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당정 "특별치안활동 선포…총기·테이저건 사용"
당정은 4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등 묻지마 범죄 관련 현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 경찰활동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당정 결과 발표와 동시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별도의 담화문을 통해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행위"라고 규정하며 "경찰은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별치안 활동의 일환으로 경찰기동대와 형사 등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다중운집장소에 대한 가시적 순찰을 강화한다. 흉기소지 의심자나 이상 행동자에 대해선 선별적 검문검색도 실시한다. 또 물리적 위험성 및 인명피해 우려 신고에 대해선 '코드 1' 이상의 지령을 통해 관할을 불문하고 범죄 장소로부터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최우선 출동할 수 있도록 신속 대응체계를 유지한다.
이외에도 경찰은 △총기·테이저건 등 물리력 사용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없는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 대처 △자치단체·자율방범대·민간경비업체 등과의 적극적 협업 등을 통해 시민의 일상 생활공간의 안전을 확보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또한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신림역 살인 예고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집중 수사 중"이라며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 대한 테러 범죄에 대해 반드시 법정최고형의 처벌이 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검토…'살인 예고'도 테러 수준 처벌 추진
일각에선 경찰이 실제 현장에서 총기 사용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흉악범을 제압해도 과잉진압 운운하며 책임을 지게 만들면 누가 유사시 실탄 사격을 하겠나"라며 "범죄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는 의인도 마찬가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최고위원은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에 흉기 난동을 제압하려다 오히려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른다"며 "흉악범 진압을 위한 경우라면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고,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우려에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에서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불법에 대해 제압하도록, 강한 물리력을 사용하도록 지시할 것"이라며 "제반 소송에 대한 경찰청 차원에서의 활동도 철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흉기난동 등 흉악 범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달 신림역 살인 사건 이후 여러 차례 비공개 회의를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신설 등을 논의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현장을 찾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행은 가중처벌 등 엄벌에 처하는 제도를 만드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만희 의원은 "(당정 회의에서) 전문가의 의견 경청과 국민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지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신설이 필요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좀 더 전문가의 의견이나 정부 등 관련 부처와 의견을 나눈 이후에 내용 추진 여부를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상 '살인 예고'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처벌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 "불특정 다수의 공중 일반에 대한 안전을 침해·위협하는 '공중협박행위'를 테러 차원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무부에 입법을 요청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추진 등 대책에 대해선 먼저 사건 전말을 파악한 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흉기난동 사건의 전후 사정을 정확히 보고 신중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