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전남 도내 경로당 곳곳에 설치된 냉방기가 고장 난 채 방치돼 무더위 쉼터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서 애꿎은 어르신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35도 안팎의 한증막 폭염이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으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전남 영암의 한 마을 경로당은 개점 휴업상태다.
경로당에 설치된 냉방기 1대가 고장 나 무더위 쉼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을 어르신들이 찾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마을 이장 A 씨는 "지난 7월 말쯤 행정기관에 냉방기 고장을 얘기했는데 아직도 교체가 안 돼 노인들이 가마솥 더위 속에 무더위 쉼터인 경로당도 못 가고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전남 영암군에서만 10개 마을 경로당에 설치된 에어컨이 고장 나 무용지물이 되면서 어르신들이 마을 정자나 집 등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남 함평에서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10곳의 냉방기 고장으로 가동을 못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로당 냉방기가 고장 난 함평 한 마을 주민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냉방기 고장 수리가 안 돼 마을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전라남도가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도내 경로당 한 곳당 기존의 냉방비 23만 원 외에 30만 원씩, 총 28억 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냉방기가 고장 난 이들 경로당에서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기관의 예산 부족이나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업체의 A/S가 지연돼 고장난 에어컨 교체가 지연되고 수리가 늦어져 애꿎은 어르신들만 무더위에 노출돼 힘겨운 여름살이를 하고 있다.
영암군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고장 난 냉방기 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고 함평군 관계자는 "에어컨 A/S 업체에 고장 수리를 독촉하고 있으나 성수기를 맞아 수리 건수가 늘어 고장 수리가 최대 2주가량 지연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더욱이 전라남도는 22개 시군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9천여 곳의 냉방기 고장 여부에 대해 전혀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어 무더위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일고 있다.